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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공업자 Apr 30. 2024

문을 내다

<집수리 마음수리>

한창 작업 중인데 전화가 왔다. 중저음의 전화 목소리는 집수리하는 사람 맞냐고 한다. 의뢰인은 다짜고짜 문을 하나 달아 달라고 했다. 알았다며 무슨 문이냐고 물었다. 샌드위치 패널벽에 문을 달아주면 된다고 했다. 어디냐고 물으니 식품회사라고 했다.

아뿔싸... 회사는 거래 안 하려고 했는데, 이를 어쩌나!

다음날 견적을 내려가겠다고 해버렸다.


앞 전에도 큰 음식점이나 법인에서 작업을 의뢰하고는 터무니없이 가격을 깎거나 처음과는 다르게 말을 바꿔 취소한 경우들이 있었다. 그 뒤론 비슷한 경우들은 안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일이 여러 건 밀려있었다. 다음날 가기로 한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일이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식품회사에 전화를 해서는 약속을 지키질 못해 미안하다며 다른 적임자를 찾아보라고 하곤 전화를 끊었다.  

    

한참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전화 한 통이 왔다. 전화목소리는 다짜고짜 식품회사인데 왜 안 오느냐고 한다. 사장님한테 일이 안 끝나서 못 가게 되었으니 다른 적임자를 찾아보시라고 했다고 하니 담당은 자신이라며 바쁘면 다음에 오면 되지 왜 그러느냐고 해온다. 이것도 인연인가 싶어 알았다고 하곤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회사 현장은 깔끔하고 위생적이었다. 창고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식품 제조 현장 입구 부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입구라 기는 하지만 비위생적인 사람들이 오염시킬 수도 있으니 식품제조 현장 옆에 붙어있는 창고를 바로 출입할 수 있도록 벽에 문을 내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면 바로 창고로 들어갈 수 있으니 모든 부분에서 편리해진다.    

  

회사가 휴무인 토요일 샌드위치패널을 절단할 수 있는 공구와 문과 문틀을 준비하고 조공으론 아내를 대동해서 방문했다. 샌드위치패널에 문을 달 수 있도록 따내고 문틀을 달고 문도 달았다. 문이 멋지게 달리고 출입하는데 걸림은 없는지 잘 열리고 닫히는지 테스트를 하며 수정했다. 드디어 문이 완성되었다. 정말이지 창고로 바로 들어가는 문이 생기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구나! 하며 아내와 기뻐했다.      

아내가 물어왔다.

“이거 해봤어요?”(문 내는 일)

“아니, 하면 되지 뭐”했더니

“한다고 되면 아무나 다 하게.”

“처음이 힘들지 두어 번 하면 쉽게 돼.” 했더니

“어디 가서 처음 했다고 하지 말아요”라며 핀잔 같은 칭찬을 묘하게 한다.


아내는 문을 내기 전에 빙 돌아서 창고로 들어가 본 경험이 있었다. 문만 열면 창고로 통하니 정말 편리하다고 좋아했다. 우리 회사도 아닌데 말이다.     

사람 마음에도 문이 있다고 한다. 잘 열어주는 문도 있겠지만 꽁꽁 잠겨 잘 안 열리는 문도 있겠다. 틀어진 문, 찌그러진 문, 삐딱한 문, 상처받은 문, 열쇠가 없는 문, 숨겨진 문, 복잡한 문, 화가 많아 불타는 문, 차갑고 딱딱하게 얼어붙은 문, 우울하게 비 내리는 문, 외로운 문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문들이 있겠다. 어떤 형태의 문이든 마음의 문은 자신만이 쉽게 열 수 있다.

처음 문을 내는 것이 어렵듯이 처음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마음의 문은 모든 마음문으로 통한다. 타인의 마음문이 안 열린다고 탓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 부터 열면 된다. 내 마음문이 열리면 다른 문들은 자동센서문이 될 것이다. 

문을 내고 활짝 열면 힘들게 돌아 돌아 가는 수고스러움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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