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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하나의 밝기

프레임 바깥의 행복

by 새틔

거실의 조명을 모두 낮추고, 케이크 위 '8' 모양의 촛불 하나가 만드는 작은 빛 안에서 딸의 생일을 기념하는 저녁이 시작되었다. 아이의 사촌오빠들과 주중에 시끌벅적한 생일 파티가 끝난 주말, 우리는 둘만의 두 번째 생일 축하를 위한 의식을 준비했다. 첫 번째 파티의 소란함과 달리, 이 순간은 고요했다. 좁은 아파트 거실은 평소보다 더 텅 비어 보였고, 그 공간감이 오히려 우리 둘의 존재를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를 위한 것이 아닌,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한 시간을 간직하고 싶었다.

케이크 위에 촛불을 켜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첫 번째 파티에서는 다른 가족들이 사진을 찍어주었지만, 지금은 내가 직접 이 순간을 담아야 했다. 화면 속에 아이의 얼굴을 담으며, 완벽한 각도를 찾기 위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옮겼다. 촛불의 빛이 아이의 얼굴을 가장 아름답게 비추는 지점을 찾아 헤맸다.


"조금만 더 촛불 쪽으로 얼굴을 돌려볼래?"


아이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는 열심히 내 지시를 따랐지만, 촬영이 길어질수록 그 동작이 점점 기계적으로 변해갔다. 자연스러운 미소는 이제 의무감이 섞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나는 완벽한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계속해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이번엔 조금 더 환하게 웃어봐. 그래, 그렇지. 눈을 또렷하게 떠봐."


다섯 장쯤 찍었다. 정작 마음에 드는 사진은 없었다. 뭔가 부족했고, 뭔가 어색했다. 아이의 웃음이 진짜가 아닌 것 같았다. 촛불이 절반쯤 녹아내렸을 때, 아이가 물었다.


"아빠는 안 찍어도 돼?"


그 질문이 나를 멈춰 세웠다. 아이의 눈빛에는 지루함이 서려 있었다. 며칠 전 사촌오빠들과의 파티에서는 카메라 앞에서 활짝 웃던 아이가, 지금은 마치 의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행복한 순간을 담으려던 내 노력이 정작 그 행복 자체를 앗아가고 있다는 깨달음이 불현듯 찾아왔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 앞에 앉았다. 촛불이 만드는 그림자가 벽에 춤추는 것을 잠시 바라보았다. 둘만의 시간마저 카메라의 눈을 의식하고 있었다. 나는 진정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둘이서도 행복하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어쩌면 나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까.


"미안해. 사진을 너무 많이 찍으려고 했네."

아이는 잠시 케이크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 사진 찍어주느라, 아빠 사진은 없잖아."


그 말에 가슴이 묵직해졌다. 지난 몇 달간의 사진들을 떠올려보니, 정말 내 모습은 거의 없었다. 아이가 변해가는 모든 순간을 기록하려 했지만, 정작 우리가 함께한 증거는 남기지 못했다. 카메라 뒤에 항상 서 있었기에, 나는 그 프레임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우리 같이 사진 찍을까? 셀카로?"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처음으로 진정한 미소가 그 얼굴에 번졌다. 나는 스마트폰을 다시 들었지만, 이번에는 전면 카메라를 켰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같은 프레임 안에 담기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촛불 앞에 나란히 앉은 우리의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3초 지연 촬영을 켜고, 둘이서 촬영되길 기다리는 순간, 아이가 갑자기 내 볼에 뽀뽀를 했다. 예상치 못한 그 순간이 카메라에 담겼다. 화면을 확인하니, 약간 놀란 내 표정과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웃음이 완벽하게 포착되어 있었다. 연출하지 않았지만, 그 사진에는 우리의 관계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갤러리에는 많은 사진들이 들어 있지만, 어떤 사진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어떤 사진이 더 오래 기억될까.


완벽한 순간을 기록하려는 욕망이 때로는 그 순간 자체를 망치기도 한다. 행복을 증명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 행복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이러니. 사진이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자연스러운 행복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포착하려는 순간 이미 그 자연스러움은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촛불을 함께 불어 끄고 어둠 속에서 아이의 작은 손이 내 손을 찾았다. 그 순간 이해했다. 진정한 행복의 순간은 증명이 필요 없다. 그것은 단지 흐르고, 느껴지고, 기억될 뿐이다. 때로는 프레임 바깥에 머무르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아이의 작은 손길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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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