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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기억(초5~중2)

250422 심층심리학 - 김재영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by 김희우

오늘 나는 심층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어두운 내 과거를 마주했다.


나는 교회 장로이자 학원 원장이던 한 사람에게 5년 동안 심리적·육체적폭력을 당했다.

그는 국어·영어·수학을 막론하고 “교과서를 통째로 외운 뒤 백지에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적어라”는 방식만을 강요했다. 실은 그 자신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설명할 능력이 없었고, 나와 동생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교회 안수집사실과 장로실을 공짜로 빌려 자신의 사업 사무실로 활용하려 했을 뿐이었다.


시험을 본다고 하면, 오탈자 하나만 있어도 곧바로 주먹질과 몽둥이가 날아들었다. 어머니께 애원한 끝에 어머니의 부탁으로 손찌검만큼은 면할 수 있었지만, 폭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더 깊은 고통은 따로 있었다. 내가 아무리 그 원장의 문제를 호소해도 어머니는 들으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처럼 대했다는 사실이다.


성추행도 빈번했다. 툭하면 성적인 농담을 던졌고, “고추가 얼마나 크냐”며 자주 만지기도 했다.

자신이 발기부전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처음 보는 청년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대화가 조금만 무르익으면, 지금까지 섹스를 몇 번 해봤느냐며 거리낌 없이 물었다.


성인이 되어서야 그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는, 놀랍지도 않았다. 그는 서울대 출신이라 사칭했고, 교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도망친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가 거짓된 사람이라는 걸 감지하고 있었지만, 내 이야기는 번번이 묵살당했다. 결국 몇 년이 흐른 뒤 그의 진실을 접했을 때도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뿐이었다.

방언 기도를 퍼붓고, 극우적 정치이론과 음모론을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던 그의 기이한 행동에 어머니는 오히려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내 목소리는 끝내 외면당했고, 매일같이 편협한 세계관과 왜곡된 정치사상에 노출되면서 나는 점점 무력해졌다.

금요 철야기도와 주일 예배에도 강제로 끌려다니며, 영적으로, 심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지만, 그 고통조차 명확히 인식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다른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배우던 5년의 교과 과정을 거의 놓쳐버렸다.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졌고, 자괴감과 수치심이 날마다 깊어졌다. ‘나는 멍청하고 산만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혼란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학교에서 실시한 외부 심리검사에서는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권고까지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강북삼성병원에서 많은 검사를 해보았는데, 어머니는 그 검사지를 보고 충격을 받고 아직까지 나에게 그 검사지를 보여주지 않으신다.


억압적 환경을 견디며 자란 사람의 내면에는, 둘 중 하나다.

아예 꺾여버렸거나, 더 강렬한 자유에 대한 무의식이 움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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