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전 국민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꼭 크고 비싼 집에 살지 않아도, 세 들어 살거나 작은 원룸에 살아도 방문을 페인팅하고 멋진 디자인의 러그를 깔아 자신만의 공간으로 바꾸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으로 어디에 살든지 그곳을 ‘예쁘고 안락한 내 공간’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큰 집을 가진 사람들보다 부럽다.
그런 사람들은 운석 충돌로 지구가 멸망 직전이 되거나 동굴이나 지하 벙커에 처박힌다 해도 자신의 공간을 나름대로 예쁘고 안락하게 바꿔나갈 것 같다.
나는 인테리어에는 취향도 소질도 없다.
생존에 필요한 것들 외의, 미적인 기능 외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장식품 같은 것들은 애초에 집에 두지 않는다.
한 번도 내 손으로 벽에 예쁜 엽서를 붙인다든가 액자를 거는 일을 해보지 않았다.
그런 짓을 하면 남자답지 못하다든가 하는 구시대적 생각에 갇혀서 그런 건 결코 아니다.
그냥, 공간을 꾸미는 것을 잘하지도 않고, 어떻게 꾸민 공간이 내 눈에 좋아 보인다 하는 취향도 딱히 없기 때문에 안 하는 것뿐이다.
내가 엄청난 부자가 되어 큰 집에 살 수 있다고 해도, 기존에 되어 있는 인테리어에 새로 공사를 해서 바꾼다든가 하는 일은 안 할 것 같다.
벽지가 무엇이건 몰딩이 어떤 모양이건 그런 건 상관없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대리석 바닥에 책상과 컴퓨터 하나 놓인 방이 내 인테리어 취향이라면 취향이다.
사실 내가 부모님과 같이 살든 혼자 살든 내가 사는 공간은 늘 그런 모양이기는 했다.
침대를 두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루치 노동을 마치고, 깨끗이 씻어 아직 뜨거운 샤워 물줄기가 뿜어내던 따뜻한 김이 살갗에 모락모락 맴돌고 있는 상태로 푹신한 매트리스에 몸을 던져 넣는 기쁨은 나도 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푹신한 침대가 주는 그 안정감과 즐거움을 몰라서가 아니다.
하지만 내게는 깨끗한 바닥을 보는 즐거움이 더 크다.
지친 몸으로 요를 꺼내 바닥에 까는 수고를 더 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언제부터 깨끗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성향이 아닌가 싶다.
물론 더러운 걸 깨끗한 것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깨끗함에 대한 선호가 당장의 귀찮음보다는 약한 듯하다.
내 경우엔 언제나 깨끗함에 대한 선호가 귀찮음을 이겼다.
단순히 이기는 걸 넘어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행위를 즐기기까지 한다.
내 방 청소는 기본이고, 가족들과 함께 살 때는 공용 공간도 항상 청소한다.
금지된 구역인 어머니의 냉장고도 호시탐탐 노리다 가족들이 모두 여행 갔을 때 싹 청소해두기도 했다.
“네 방 진짜 깨끗하다. 비결이 뭐냐?”
어느 날 자취방에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한 친구가 이렇게 물어왔다.
그냥 청소하는 거지 비결이 뭐가 있냐고 하자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내 방도 청소해 주면 안 돼?”
“뭐? 네 방 청소를 왜 내가 하냐? 시킬 거면 돈 20만 원 내.”
어이가 없어서 장난으로 이렇게 말했다.
“돈 줄게. 진짜로, 진심이야. 제발 내 방 청소 좀 해줘.”
“너희 집은 도우미 아주머니도 오시잖아. 청소해 주시지 않아?”
“이렇게 깨끗하게는 안 되니까 그렇지.”
친구의 눈빛이 너무나 진지해서, 농담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그때까지 나는 사람들이 청소를 힘들어하고,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라도 해결하고 싶어 하는 과제라는 걸 전혀 몰랐다.
그렇게 나는 팔자에도 없는 청소 부업을 하게 되었다.
첫 청소비로 20만 원을 받았는데, 막 전역한 20대 중반인 당시에는 꽤 짭짤한 용돈벌이였다.
그 친구를 시작으로 몇 번 그렇게 친구들 방 청소를 했었다.
형편이 괜찮은 녀석에게는 돈을 받고, 나보다 힘들거나 고만고만한 녀석들은 그냥 해줬다.
사실 돈을 얼마 받는 것보다는 내게는 즐거운 일이고 그다지 힘들지도 않은 청소로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깨끗해진 공간을 보여줬을 때 친구들의 얼굴에 도는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게 좋았던 것 같다.
택배 일을 하면서도 매일 아침과 저녁 흰둥이를 청소하는 게 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아침에 짐칸에 택배를 채워 넣기 전 한번 비질을 하고, 저녁에 배달을 마치고 텅 빈 짐칸을 다시 비질한 뒤 에어건을 쏘아 미세 먼지까지 모두 날려버리고 나면 하루치 일을 모두 마쳤다는 뿌듯함과 해방감이 두 배가 되었다.
앞으로 내게 인테리어 취향이란 게 생길지 안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공간에 살든 ‘청소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예쁘거나 멋지진 않아도 누가 봐도 기분이 좋을만한 깨끗한 공간이라면 화려한 인테리어 없이도 내 힘으로 잘 돌본 나만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