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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우 Sep 11. 2022

택배기사가 당근을 해서 일 년 만에 번 돈

택배기사의 취미활동_ 당근마켓 편

친구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뜬금없이 당근 마켓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당근 마켓 하는 사람들 많더라. 어머니가 안 쓰는 컵 만 원에 올리면 산다는 사람 있으려나?”

“응 팔려, 한 번 올려 봐. 나 그걸로 750만 원 벌었어.”

내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너 또 나 속여먹으려고! 안 믿어.”

종종 장난 섞인 말로 친구를 놀린 전적이 있어서일까, 친구가 코웃음을 쳤다.

“거기 보니까 전부 천 원, 만 원 그런 거만 올라오던데 어떻게 700만 원을 벌어?”

“750만 원”

“그 구체적인 숫자는 또 어떻게 나온 거냐. 그런다고 내가 믿을 줄 알아?”

결국 이 대화는 내가 당근 마켓 거래 완료 목록 스크린샷을 몇 장 보내는 것으로 끝났다.


나도 어쩌다 당근 마켓으로 조금씩 벌어들인 돈이 그런 목돈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냥 집에 있는 안 쓰는 물건들을 처분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굴러다니는 물건을 하나둘씩 ‘무료 나눔’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택배 일을 시작하기 전 커피 로스팅 알바를 하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매일 보는 사람 외의 낯선 사람들도 마주하며 제로에 가까웠던 사회성을 조금씩 회복해나갔다.

그렇게 나눔을 하던 어느 날 아빠가 키우던 화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이사를 앞두고 있던 때라 그 화분들은 처분 대상 1호였다.


“저걸 누가 가져가는 사람이 있겠어?”

워낙 무겁기도 하고, 거추장스러운 물건이라 반신반의했는데 올리자마자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면 설마, 이런 것도 가져가는 사람이 있으려나?

화분 다음에는 정말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것 같은 그림을 올렸다. 

그림 자체는 좋은 작품이라고 들었지만 액자가 너무 화려하고 동양화다 보니 마치 야쿠자의 거실에나 장식돼 있을 것 같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 그림 역시 무료 나눔을 올리자마자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혹시 돈을 받아도 가져간다는 사람이 있었으려나?

연속으로 짐덩이를 쉽게 해치우고 나니 조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돈을 받고 팔 물건이 없나 집안을 스캔하다 보니 많은 것들이 레이더망에 잡혔다. 

소파, 옷, 서류 가방, 유리병 등 언제 샀는지 누가 준 건지 출처조차 기억나지 않는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있었다. 

공간만 차지하고 아무도 쓰지 않는데 버리자니 아까운 그런 물건들이었다.

맨 처음 가격을 설정해 올린 물건은 소파였다. 

멀쩡한 물건이긴 했지만 옮기기가 쉽지 않으니 지금까지 팔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적이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택배차 흰둥이로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디자인이 문제였다.

워낙 디자인이 고풍스럽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화이트톤의 인테리어에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물건이었다. 

솔직히 돈을 준다고 해도 누가 가져가는 사람이 있으려나, 정 안되면 돈을 써서 버려야 하나 싶은 물건이었는데 6만 원에 옮겨준다고까지 써두니 금방 팔렸다.

이게 되다니!

그때부터 나는 발동이 걸려 이런저런 물건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선물 받은 기프티콘, 책, 미니 블록, 에어팟, 고프로, 골프채, 자전거, 컴퓨터 등 지금 사용하지 않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을 모조리 팔다가 졸지에는 중고 자동차까지 당근 마켓으로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당근 마켓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100개의 물건을 당근하고 750만 원을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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