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임금·4대 보험 연체… 대표 자리가 안겨준 처절한 책임
교묘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말로만 들으면 마치 “대기업을 곧 따라잡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고, 기대감을 무한정 부풀려 준다. 사실 이런 이야기에 혹하는 심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한몫 잡고 싶은 욕구,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미묘하게 뒤엉켜 지각(知覺)을 흐린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 편향’이나 ‘셀프 서베이션(자기 보존)’ 심리라고 부른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위험 신호는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의 망해서 헐값에 나온 요양병원이나 기숙학원이 “전통 있고, 홍보만 잘하면 금방 정상화된다”며 급매로 넘어간다. “투자만 해주면 추가 대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탕발림에 정신이 팔리면, 결국 중간 브로커는 수수료만 받아 챙기고 사라진다. 정작 투자자는 옴짝달싹 못 하게 묶여버린다. 또 다른 수법으로, 겉만 번지르르한 00법인의 대표 자리에 앉혀놓고 대출을 받게 한 다음, ‘대표’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게 만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런 대표 자리가 겉으로는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원들 임금이나 퇴직금, 4대 보험료” 등 각종 지불 의무가 쏟아져 나오는 자리라는 점이다. 한 달에 몇백만 원 챙겨줄 테니 돈 관리만 잘하라는 말에 현혹되어 직장까지 그만두면, 그나마 있던 ‘안전핀’까지 스스로 뽑아버리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송이라도 걸리면, 범죄행위를 저지른 사람과 법인뿐 아니라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대표까지 함께 처벌받는 양벌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경제 관련 법률이나 세부 시행규칙 중 형사처벌과 연결된 항목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대표이사가 되는 순간 예비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잘 모르고 덜컥 자리에 앉았다가, 수많은 법적 리스크와 맞닥뜨리게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회사가 부도가 나면, 감사나 사외이사까지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할 수 있다. 사외이사라 하더라도 회사 경영에 조언·감시 기능을 한다는 명목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분을 절반 이상 보유 중이라면 세금까지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고문”이나 “자문” 같은 직함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명의만 빌려줬다’고 우겨봐도, 거래처나 법원에서는 그런 핑계를 곧이곧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심지어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편법으로 지적장애인이나 노숙자의 명의를 빌리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명의자 스스로도 나중에 억울함을 호소하면 일부 구제받을 길이 열리긴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명의를 빌려줬다가 큰 낭패를 보는 일이 부지기수다. 직원 임금이나 4대 보험료, 외상 대금은 물론, 한 푼도 못 만져본 ‘법인 빚’까지 죄다 떠안게 될 수 있다. 자격증만 빌려주고 매달 용돈만 받았는데, 어느 날 집과 통장이 가압류되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장면은 더는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무서운 건 막연한 욕망에서 비롯된 ‘희망적 착각’이다. 심리학적으로도 경제적 위험을 무시하고, 두려움 대신 근거 없는 희망만을 택하는 사람일수록 사기나 불법 유혹에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자기 합리화를 통해 “이번엔 다를 거야”, “나는 안 당하겠지”라고 확신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장밋빛 약속보다 구체적 근거를 먼저 확인하고, 설령 대표나 임원이 되더라도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명확히 인지하는 일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기회와 리스크가 뒤섞여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누구도 남의 법적 책임까지 대신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감언이설에 휩쓸려 나중에 “이게 무슨 꼴이냐”고 한탄하지 않으려면, 혹하는 제안일수록 두 번, 세 번은 더 살펴보고, 전문적인 법률·회계 조언을 받는 습관이 필요하다. 임시방편으로 끌어다 쓴 달콤한 말 한마디가, 결국엔 인생 전체를 잠식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