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공화국' 하루 900건, 그들의 수법

욕심이 부르는 함정, 그들이 던지는 미끼의 실체를 파헤치다.

by 김희우

사기꾼이라고 하면 보통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들은 훨씬 교묘하고 악랄하다. 눈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이 극도로 달라서, 사기 행각이 들통나 체포되어 가는 와중에도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해외 출장 때문에 당분간 연락이 힘들 것 같다”고 둘러대는 수준이다. 이런 사람들을 완벽히 막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원래 욕심이 없던 사람에게도 욕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욕심이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리도록 유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정부 지원금 20억만 받으면 뒤이어 30억을 추가로 받아낼 수 있다”는 식으로 달콤하게 시작한다. 그러곤 “00 공사 직원을 접대할 로비 자금 5억 원이 필요한데, 내가 이미 3억 원은 구했으니 2억 원만 보태 달라. 대출이 실행되면 일주일 안에 현금 4억 원을 드리겠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유혹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집 한 채 제대로 마련해 보라”고 부추기거나, 가족에게까지 혜택을 약속하면 평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던 사람도 혹한다.



그래도 초반에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기꾼들은 자기들 편인 ‘은행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옆에 배치하기도 하고, 각종 서류나 공문 비슷한 것을 보여주며 의심을 잠재운다. 사람은 한 번 믿기 시작하면 스스로 확증 편향에 빠져, 모든 정황을 긍정적인 쪽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사기꾼들은 이 심리를 꿰뚫고 “곧 대박이 터진다”는 미래 그림을 빠르게 제공한다.



또 다른 대표 수법으로는 ‘은혜를 베풀어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든 뒤, 어느 순간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 있다. 예컨대 먼저 소액을 빌려주며 “이자도 안 받을 테니 쓰라”고 호의를 베푸는 식이다. 그렇게 ‘베푼 은혜’를 빌미 삼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급한 일을 당했으니 도와달라”고 하면, 받은 호의 때문에 부담을 느낀 피해자가 사방에서 돈을 끌어모아 빌려주게 된다. 이쯤 되면 이미 심리적 채무감에 깊이 빠져, 무리해서라도 돈을 구해주는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든다.



사기꾼들이 던지는 미끼는 끝이 없다.

“군부대가 이전될 예정이라 그 땅에 투자하면 용도 변경으로 대박 난다”,

“LH 직원들도 모르는 개발 계획이 있다”,

“이 코인은 상장만 되면 최소 10배 오르는데 실은 100배도 가능하다”,

“네 아이를 드라마 아역으로 캐스팅해주겠다”,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그곳 왕족이랑 장관들과 알게 됐는데, 저쪽에서 밀어준다고 하니까 이번에 중고차 사업에 투자하면 제대로 한몫 잡을 수 있다”

“반 고흐(‘고흐’) 진품을 해외에서 은밀하게 들여와야 하는데 당장 독일 현지에 가서 활동할 경비가 없으니 자금만 좀 대 달라”는 등 터무니없어 보이는 거짓말이 입 밖으로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잠깐의 ‘황금빛 미래’에 젖어들면, 대다수의 이성적 판단이 놀랄 만큼 쉽게 무너진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뻔한 사기극에 계속 당하는 걸까? 여기에는 몇 가지 심리적 함정이 숨어 있다. 첫째, ‘희소성’과 ‘긴급성’을 강조하면 사람은 생각할 틈도 없이 결정을 내리고 싶어 한다. 사기꾼들은 항상 “지금 당장 결정해야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고 몰아붙인다. 둘째, ‘확증 편향’ 덕분에 이미 긍정적으로 본 정보를 더 굳게 믿고, 의심은 대충 넘겨버리려 한다. 셋째, ‘손실회피 편향’과 ‘매몰비용 오류’가 결합되면 이미 ‘한 발’ 담근 상태에서 쉽게 발을 빼지 못한다.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대응책은, 바로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설레거나 귀가 솔깃해졌다면 잠시 뒤로 물러나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라 해도, 실제 자료나 공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덥석 계약서에 도장 찍어서는 안 된다. 신뢰할 만한 전문가나 지인에게 한 번 더 묻는 것도 중요하다. 남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막상 욕심이 앞선 당사자는 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의 최근 동향이나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궁금하다면, ‘테헤란로 투자사기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는 ‘백두산’ 네이버 카페(https://cafe.naver.com/notouch7)를 참고해볼 수도 있다. 거기서 다양한 사기 유형과 방식을 알게 되면, 적어도 한 번 더 의심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방어막이 생길 것이다. 결국, 사기꾼들의 화려한 언변에 빠져들어 버리느냐, 아니면 반 박자 쉬고 냉정함을 찾느냐가 운명을 가른다. 순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근육을 기르는 것, 그리고 ‘그럴 듯한 이야기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하기’를 습관화하는 것. 바로 그 자각과 실천이 사기꾼들의 덫을 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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