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의 감경과 법적 기준: 공정성을 향한 갈림길

법정에서 줄어든 형벌, 형량을 뒤흔드는 작은 변수들

by 김희우

재판을 받다 보면, 형법 제55조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받을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벌금은 그 다액의 2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형사재판에서는 어떤 사유가 있으면, 법에서 정해 둔 형량(법정형)을 줄이거나(감경) 아예 처벌하지 않을 수(면제) 있다. 이를 ‘법률상 감경’이라고 부르는데, 크게 반드시 줄여야 하는 경우(필요적 감경)와, 재판부가 상황을 보고 줄여줄 수도 있고 안 줄여줄 수도 있는 경우(임의적 감면) 두 가지로 나뉜다.



• 심신장애자: 정신적 장애로 범행 당시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면, 법원은 반드시 형을 줄여줘야 한다(필요적 감경).

• 농아자: 듣거나 말하기가 어려워 의사소통에 큰 지장을 겪을 수 있으므로, 법원에서 상황을 살펴서 필요하면 형을 줄이거나 처벌을 면제해 줄 수 있다(임의적 감면).

• 긴급피난이나 자구행위: 긴급한 상황에서 자기 몸이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행위라면, 적정 범위 안에서는 처벌받지 않지만 도를 넘었다면 처벌될 수도 있다. 그래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부가 형을 줄여줄 수 있다(임의적 감면).

• 미수범: 실제로 범죄가 완성된 ‘기수범’보다 결과가 덜 심각하기 때문에, 재판부는 형을 가볍게 해줄 수 있다(임의적 감경).

• 중지범: 범죄를 벌이려다 스스로 중단했거나, 사건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게 막았다면, 반드시 형을 줄여야 한다(필요적 감경).

• 불능범: 실행 방법이나 대상이 잘못되어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재판부가 필요에 따라 형을 줄이거나 처벌을 면제할 수 있다(임의적 감면).

• 종범: 다른 사람(정범)의 범죄를 도운 경우에는, 정범보다 반드시 가벼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필요적 감경).

자수: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수사기관에 자진해 온 경우라면, 재판부에서 그 태도를 좋게 보고 형을 줄이거나 면제하기도 한다(임의적 감면).



그런데 이러한 법률상 감경 사유가 명확히 존재하지 않더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했거나 범행 전력이 전혀 없는 점, 학생 신분, 피해자와의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진 점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더 낮춰주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단순히 “죄를 지었으면 무조건 무겁게 처벌한다”는 식의 획일적 기준 대신, 범행 당시 상황과 피고인의 상태를 두루 살펴 공정하고 균형 잡힌 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다. 실제로는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지른 범죄일 수도 있고,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 이후로 진심 어린 반성과 피해 회복 노력을 기울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소인 측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피해 확대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때도 재판상 감경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작량감경’이라고 부르는데,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거나 일부라도 피해 변제를 한 경우 재판부가 형량을 줄여주기가 비교적 쉽다.



한편,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에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봉사활동 경력, 반성문, 주변 사람들의 탄원서나 가족의 곤란한 상황, 피해자와의 합의 같은 요소도 형량을 낮추는 요인이 되며, 예를 들어 건강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거나 피고인의 구금으로 인해 가족이 생활고를 겪게 될 경우는 집행유예를 부여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있다. 다만, 피해자마다 처한 형편을 낱낱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전체적으로 사안을 종합해 결정하는 일이 많고, 이로 인해 예상 외로 형량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면 재산국외도피로 인정되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제4조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형법상 유기징역의 최대치는 일반적으로 30년이지만, 특정한 경우 최대 1.5배까지 늘어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최고 45년(30년 × 1.5)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반면 최소형은 법에서 정해 둔 하한(5년)을 적용한다. 그런데 재판부가 재판상 감경을 적용하면 이 상한과 하한을 모두 절반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최종적으로 2년 6개월처럼 훨씬 더 낮은 형도 선고될 수 있다.



결국 형을 감경한다는 것은 단순히 표준 형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기계적 절차가 아니라,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책임질 의지가 있는지, 피해자는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고 얼마나 회복이 가능한지, 사회 전체가 그 범죄를 어디까지 용서해줄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인간이 흔히 보이는 자기합리화나 과도한 자책 같은 심리적 측면도 작용하고, 감경받은 피고인이 다시 재범하지 않고 진정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뒤따른다. 지금은 범죄 처벌 강화에 대한 요구와, 한편으로는 피의자의 인권과 재기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다. 따라서 법률상 감경이라는 제도는 피해자의 상처를 어느 정도 회복하면서도 가해자가 뼈아픈 반성을 통해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이끄는 균형 장치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작량감경이든 법률상 감경이든, 결국 재판부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결정한다. 피해자와 피고인 모두 재판 과정에서 각자의 상황과 심정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사가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사건의 심리와 정황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벌을 주되 사람을 잃지 않는 길”이 조금씩 더 선명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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