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전 몰수·추징보전부터 ‘부패재산몰수법’까지
여러 사람에게 사기를 쳐서 피해액이 커지고 피해자 수도 많아지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 피해자들이 힘을 합쳐 집단 고소를 하면, 수사기관뿐 아니라 언론의 주목도 높아져 더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개인 간 사기보다는 다단계 사기나 보이스 피싱처럼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 사건일수록, 범죄 수익을 해외로 빼돌리기 전에 ‘기소전 몰수 보전’과 ‘기소전 추징 보전’을 통해 피해액 일부라도 신속히 회수할 수 있다. 국가가 사건 초기 단계에서 직접 자금을 묶어두는 셈이다.
그렇다고 형사 처벌이 확정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돈을 돌려받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가 배상에 응하지 않으면 결국 별도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 개정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은 형사 재판 중 ‘배상 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했고, 일정 범죄(사기, 횡령, 배임, 상해·중상해, 강도, 일부 성범죄)에 대해서는 형사 절차만으로도 재산상 손해 배상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피해 금액이 특정되고 배상 범위가 분명해야 한다.
문제는, 예컨대 주가 조작 같은 범죄에서는 “부당이득이 정확히 얼마인지” 계산하기가 극히 어려울 때가 많다는 점이다. 주가 조작으로 오른 부분과 정상적인 시장 상승분을 엄밀히 구분하지 못하면, 수사기관이 미리 추징한 돈을 결국 되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피고인이 “모든 상승이 조작 덕분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버리면, ‘부당이득액 불상(不詳)’으로 처리되어 무죄 또는 낮은 형량을 받게 되고, 피해자는 실질적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금융당국이 불공정 거래 이익에 대해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그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피해 변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애매한 공백이 생긴다.
비슷하게, 회사 돈을 횡령해 친척이나 지인에게 넘겼을 경우에도 예전에는 ‘받은 사람이 횡령 사실을 알았을 때만’ 몰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제삼자가 몰랐더라도 1심 재판 선고 전이라면 그 재산을 몰수·추징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 역시 법원이 불법 재산임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거액의 범죄 수익을 회수하는 데는 여전히 ‘증거·금액 특정’이라는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범죄자 입장에서는 피해 규모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심리전을 펼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분노나 무력감을 동시에 겪는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연대해 증거를 공유하고, 수사기관과 언론의 관심을 끌어내면서 “확실한 실체”를 드러내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집단 고소가 개인의 두려움이나 수치심을 덜어주고, 가해자의 책임 회피를 어렵게 만드는 심리적·전략적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무리 치밀하게 돈을 숨기고 합법적 이익과 뒤섞으려 해도, 제도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피해자의 상처를 덜어주고, 법적·심리적 정의를 실현할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당 이득은 반드시 회수된다’는 믿음을 확고히 할 수 있어야, 이처럼 조직적이고 교묘한 사기로부터 사회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피해자들의 단결과 명확한 증거 확보, 그리고 부패재산몰수법 같은 제도적 안전장치가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