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어도 된다는 공동체 감각]
1. 소속감을 유지하지 못하다
처음 취업을 준비할 때 어디에 소속되지 못한 상태로 간이며 쓸개며 다 내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정말 처절한 시절이 있었다. 일만 달라고 그러면 뭐든 해내겠다고 다짐하던 시기였다. 회사의 비전 / 산업 / 직무 뭐 상관 없었다.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그토록 간절했으니까. 그 당시는 청년 고독사라는 표현을 뉴스에서 볼 때마다 움찔했다. 내 미래인가, 저 친구들도 나처럼 간절했겠지 등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난 정말 불안정했고 불안했다. 어머니의 치료로 돈을 벌어야 하는 것도 물론 이유가 됐겠지만, 나는 소속감이 필요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어렸고, 너무 가진 것이 없었다. 단순히 친구와 가족과 같은 인간관계로 해소될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다. 항상 쫓기는 느낌을 받았고 잠을 잘 못잤다.
결과적으로는 빨리 해소하고 싶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산업에 발을 들였다. 이때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회사는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소속감을 주었고 덤으로 성장할 기회와 돈을 주었다. 다만,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난 이 회사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 않았다.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난 뭐 줄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러자 소속감이 점차 희미해졌다. 난 여기 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커졌고 결국 퇴사로 이어졌다.
2. 소속감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다
지금은 내가 회사에 줄 것이 많은가? 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난 동료들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난 여기에 있어도 되는가? 예전 같았다면 어딘가에 소속되었다고 기뻐했겠지만 이번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매일 앞에 서술한 질문들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 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런 생각이 왜 들까 의문이 들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차분하게 앉아서 키보드를 다닥다닥 치다보니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난 지금 느끼고 있는 이 소속감을 정말 길게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것 저것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힘든 일은 없는지, 업무에 있어 병목 현상들은 없는지 이리저리 살피면서 개선 방안에 대해서 조금씩 생각을 정리해보곤 했다.
최근에는 한 동료와 생각 구조화를 연습하는 세션을 시작했다. 대학과 전략 팀에서 배우고 스스로 터득했던 논리적 구조화 방법에 대해 '로지컬씽킹' 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이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진짜 이 세션이 도움이 되는 지는 동료에게 물어봐야겠지만(난 도움된다고 생각하는 중, 그리고 스스로도 필요하다고 함) 내가 도움 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찾고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대견했다.
이와 비슷한 과정이 앞으로도 반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더 부단히 노력한다.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리면서 뭐 할 일은 없는지, 내가 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등을 찾으면서 말이다. 난 이 과정을 통해서 회사와 동료의 문제를 해결 할 것이고 지속적으로 소속감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