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해결을 위한 린하게 문제를 정의하는 방법]
금주부터 PM 업무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상담 및 세일즈와는 또 다른 차원의 업무를 시작한다. 오퍼레이션 내부 시스템 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업무를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안경을 끼고 회사와 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근데 그게 처음부터 잘 될 리가 없었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면서 겪은 우여곡절과 이때 깨달은 관점 바꾸기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1. 상담 및 세일즈 업무와 PM 업무의 차이점
상담 및 세일즈는 기본적으로 고객 한 명에 집중하게 된다. 고객의 현재 상황, 고객이 원하는 바, 고객이 불편하는 느끼는 점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세일즈를 한다. 물론 상담 고객의 모수가 쌓이면 일종의 패턴이 있지만 장례 정보를 잘 모른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많지가 않다. 그래서 한 명에게 매우 몰입해서 업무를 진행하면 된다. 반면에 PM은 내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품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업무 매뉴얼과 정책을 도입하여 병목 현상을 해결해내야 한다. 일의 성격이 너무 다르다. 사용자 자체가 내부 팀원들이고 따라서 개개인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가 없다. 또한 오퍼레이션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파트너, 타 파트 팀원 등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조율과 협업이 불가피하다.
2. Top Down 방식으로 지나치게 높은 층위에서 업무를 바라보다
현재 오퍼레이션 내부의 문제를 정의하기 위해 업무 자체를 구조화하여 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업무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테이블로 만들어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바를 정리하기 시작하니 뭔가 되는 것 같았다. 근데 하나도 되지 않았다. 무슨 말이냐. 문제 정의를 위해 시작했던 구조화가 오히려 문제 정의를 방해하고 있었다. 너무 높게 보고 있으니 누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만 파악이 되지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문제를 급하게 정의하려다 보니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누구나 생각할 법한 대안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COO님의 업무 피드백이 들어왔다
3. Bottom Up 방식으로 지나치게 낮은 층위에서 업무를 바라보다
구조화하는 것 좋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실제 문제 해결과 멀어지는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아뿔싸. 구조화하면서 일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구나. 린하게 움직이자는 팀의 업무 방향과는 반대로 사고하고 있었다. 피드백을 받은 뒤로는 문제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재 내 눈에 보이는 문제들에 대해 간단하게 나열한 뒤 한 문제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했다. 현상 / 누구에게 왜 문제인가 / 현재 해결 방법 / 대안 도출 / 성공 지표 등 단계별로 세부 사항들을 쌓아 나아갔다. 확실히 하나를 잡고 문제를 파악하니 문제가 눈에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문제 한 개, 두 개씩 적어나가면서 몰입하기 시작했지만 끝이 보일 기미가 안보였다. 문제는 수십 가지였고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정의하기에 리소스가 부족했다. 이뿐만 아니라 개별 문제 간의 연관성이 보이지 않았다. 문제 해결에는 항상 풍선 효과가 있다. 그리고 동시에 해결하면 좋은 문제들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너무 낮은 층위에서 바라보지 말아야 했다. 또 한 번의 좌절을 했다.
4. 문제를 나열하고 그룹핑하여 층위를 구분한 뒤 질문을 통해 디테일을 채워나가다
시기적절하게 COO님이 다시 피드백을 해주었다. 지금 너무 낮은 층위로 문제를 정의하고 있다. 지금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 문제를 파악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열 후 층위 구분이 더 시급하다. 사실 문제 정의 초반부터 말씀해 주셨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문제 정의 방식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지 못했고 그 결과 문제를 바라보는 높이가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지금까지 생각하고 정리했던 것을 토대로 다시 문제를 바라보았다. 현재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쭉 리스트업을 했다. 상담할 때 사용하는 프로덕트에서의 불편함, 문서 작성 불편함, 소통의 불편함 등 여러 문제가 리스트업 되었다. 신기하게도 반복적으로 리스트업을 하다 보니 문제의 꼭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딱 그 시점에 기존에 Top Down으로 파악해 둔 구조화 테이블을 기반으로 문제의 층위를 구분해 보기 시작했다. 상담, 파트너, 고객 관리라는 세 개의 주제로 문제가 그룹핑되었다. 개별 문제 간의 연관성이 조금씩 보이기도 하면서 현상 자체의 레벨에서 벗어나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각 문제별로 이해당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며 문제와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고 디테일을 챙겼다. 실제로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이해하니 더 깊고 뾰족하게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대안 도출하고 해결하려면 한참 더 뾰족해져야 한다)
5. 업무 과정을 돌이켜보며
문제 정의를 했던 과정을 돌이켜보며 아쉬운 점이 매우 많았다. 업무 방식에 대해 리더에게 더 깊게 물어보지 않은 것, 더 빠르게 업무 현황을 리더와 공유하지 않은 것, 현재 방향이 옳은지 스스로에게 되묻지 않은 것. 사실 이건 오만했기에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없으니 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스스로 북돋으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만들었다. 그러니 나의 판단이 앞섰고 업무 자체에 호기심을 가지고 더 깊게 파악해 볼 기회를 잃었다. 또 겸손이 문제였다. 그리고 다급함. 잘 못할 것 같으니 빨리라도 해보자는 마음 가짐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몰입할 것을 찾고 몰입하게 되고 시야가 좁아지고 마치 경주마처럼 달리게 된다. 앞으로는 업무 강도가 더 높아질 예정이다. 항상 다급할수록 한 템포 쉬어가고 일에 있어서는 리더에게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