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와 친구들의 시간여행

1장. 다락방의 시계와 멈춘 시간

by 곽윤정


비가 내리는 오후, 나나는 학교 담장을 따라 느릿하게 걸었다.

회색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고, 우산 끝에서 떨어진 빗방울은 인도 위에 동그란 자국을 남겼다.

멀리서 아이들이 장난을 치며 뛰어가고 있었지만, 그 속에 나나는 없었다.

‘나만 빼놓고 다들 즐거워 보여…’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발걸음은 더 느려졌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서자, 낡은 현관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문을 열자 ‘끼익’ 하는 소리가 집 안 가득 울렸다.

“다녀왔어요.”

대답은 없었다. 거실 한쪽에서 오래된 흔들의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할머니가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창문 유리 위를 타고 흐르는 빗줄기가 길게 이어졌다.

나나는 부엌에서 쿠키를 하나 집어 들고, 두 번째 층계로 발길을 옮겼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끼익’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때, 어디선가 시계 소리가 들려왔다.

‘틱… 탁… 틱… 탁…’

그냥 일정한 리듬이 아니라, 두 번은 빠르고 한 번은 길었다.

마치 누군가 신호를 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소리를 따라가니 다락방 문 앞에 섰다.

손잡이를 돌리자 묵은 먼지가 공중에 흩날렸다.

다락방 안은 어둡고 냄새가 났지만, 오늘은 창문 틈으로 들어온 한 줄기 빛이 책장 위 나무 상자를 비추고 있었다.


나나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금빛 시계가 들어 있었다.

시계판 가장자리에는 작은 글씨로 ‘에버라이트 – 시간을 걷는 자’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나?”

깜짝 놀란 나나는 시계를 떨어뜨릴 뻔했다.

문가에 마일로가 서 있었다.

“숙제 같이 하려고 왔어. 근데 그건 뭐야?”

“몰라. 그냥… 이상한 시계야.” 나나는 시계를 들어 보였다.

차 봐도 돼?” 마일로가 물었다.

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시계를 손목에 찼다.

차가운 금속이 닿는 순간, 바늘이 ‘짤깍’ 하고 떨렸다.

유리판 안쪽이 물결처럼 번지더니, 서서히 글자가 떠올랐다.


둘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봤어?” 마일로가 속삭였다.

“응… 이거, 우리한테 말을 걸고 있어.” 나나는 글자를 읽었다.


현재 오후 2시 30분, 45분 뒤의 시각은?

짧은 침묵 후에 마일로가 손가락으로 허공에 시간을 그렸다.

“30분에 30분 더하면 한 시간… 그럼 3시. 거기에 15분 더하면—”

“—3시 15분.” 나나가 마무리했다.


정답을 말하자, 시계가 낮게 울렸다. ‘딩—’

그 순간, 다락방의 공기가 한 겹 접힌 듯 고요해졌다.

바닥 한가운데에 은빛 원이 나타났다.

원은 천천히 회전하며 문 모양으로 변해 갔다.

나나는 마일로와 눈을 마주쳤다.

“…우리, 들어가 볼래?”

마일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동시에 발을 내디디자, 눈부신 빛이 시야를 덮었다.

빛이 잦아들었을 때, 그들은 하늘에 거대한 시계판이 떠 있는 광장에 서 있었다.

시계판에는 몇 개의 숫자가 비어 있었다.

광장 중앙의 기둥에서 웅장한 목소리가 울렸다.


사라진 숫자의 규칙을 찾아 채워라. 시간이 곧 문이 된다.

마일로가 숫자를 가리켰다.

“3, 6, 9, 12… 그다음이 없네. 3의 배수잖아.”

나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럼 빈칸은 15, 18, 21.”

숫자가 채워지자, 시계판의 바늘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갈라지고, 부드러운 빛이 쏟아졌다.

그 빛 속에서 작은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구름처럼 하얀 털을 가진 다람쥐가 내려왔다.

등 뒤에는 투명한 날개가 달려 있었고, 날개 끝마다 반짝이는 가루가 흩날렸다.

다람쥐는 공중에서 한 바퀴 돌고 나나와 마일로 앞에 섰다.


“안녕! 나는 피핀. 시간의 세계를 여행하는 길잡이야.”

피핀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희가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들이구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

나나는 손목의 시계를 꽉 쥐었다.

바늘이 ‘째깍’ 하고 다시 움직이며, 다음 세계로 가는 길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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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와 친구들의 시간여행이라는 동화책을

POD책으로 교보문고에 올렸는데,

10권이나 팔렸나 싶다.

쓸쓸한 마음에 초등학생 저학년 수학과

연관지어 좀 대중적 수요에 맞춘다는

나름의 기특한 생각으로 다시 써본다.

혹시 아는가?

스무권 정도 더 팔릴지도.

아니, 그보다 외로움에 써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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