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왜 바뀐 뒤에도 과거를 용서하지 않을까?

by 곽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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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불법이었던 일이, 시간이 지나면 합법이 되는 경우가 있다.
도시계획이 바뀌고, 정책이 달라지고, 사회적 인식도 변하면서
어제는 위법이던 일이 오늘은 허용되기도 한다.

개발제한구역 안에 지은 건물이 대표적인 예다.
예전에는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었지만, 지금은 허가만 받으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과거에 법을 어겼던 사람들은 이제 처벌받지 않아도 되는 걸까?

C 씨는 개발제한구역 안에 시설물을 설치했다.
당시 법에 따르면 그는 명백한 위법 상태였고, 행정처분 대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법이 완화됐다.
이제는 유사한 시설도 조건만 맞추면 허용된다.

C 씨는 생각했다.
“그럼 나도 이제 무죄 아닌가요?
법이 바뀌었잖아요. 그때 했던 것도 지금은 합법인 걸요.”

그의 말은 얼핏 그럴듯해 보인다.
우리 모두는 형평성에 민감한 존재다.
“지금은 괜찮은데, 왜 나만 벌을 받아야 하죠?”
이 질문은 너무도 인간적인 저항이다.

하지만 법은 단호하게 말한다.


“법이 바뀌었어도, 그 전의 위법 행위는 구법으로 판단해야 한다.”
— 대법원 2007.9.6. 선고 2007도4197


법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지 않는다.
지금의 기준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만 적용된다.
과거의 행위는, 그 행위가 이루어진 그 시점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걸 우리는 “구법우선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법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준을 믿고 살아갈 수 있는 구조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중에 법이 바뀔 거라 믿었어요”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통하지 않는다.
법은 미래를 예측하는 도박이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석연치 않은 마음은 남는다.
**“지금은 허용되는데, 왜 나만 예외 없이 처벌당해야 하느냐”**는 그 마음 말이다.

그러나 법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모든 신뢰는 무너진다.
누군가에게만 예외를 주기 시작하면,
그건 정의가 아니라 특혜가 된다.

C 씨가 억울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법은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그때는 그때의 기준으로 본다.
그래야 지금을 믿고 살 수 있으니까.”


이 짧은 판례 속에서 법이 지키고자 하는 건
과거의 질책이 아니라,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약속이다.
법은 그 약속이 흔들리는 순간,
사람들의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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