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by 곽윤정

지하철에서 우는 여자를 보았다.

감추려 애써도

손가락 사이로 번지는 눈물

소리 없는 눈물은 통곡보다 슬픈 것읹ㆍ

몇 발자국 움직여 자리를 피해도

자꾸 나를 따라와

가릴 수 없는 슬픔도 나를 따라와


눈물을 감추고 사는 사람

흘릴 눈물도 없는 사람

동정하지 않는 사람

지금 울고 있는 사람


언제였던가?

저렇게 우는 사람을 본 듯한 기억

가방도 없이 낡은 쇼핑백을 안고 가는 저 사람

떠나는 버스를 붙잡아

서둘러 길을 떠난 그 사람인가?

살다보면 다 살아진다던

그 사람인가?


눈물을 닦고 창밖을 보다가

나를 바라보는 여자

나를 알아보는 것 같은 눈빛의 흔들림

착각이다. 착각이다.

지워지던 먼 기억

마주 보기 힘들어 눈감았던 흔들림


서둘러 다시 외면하고

내릴 곳을 향해 돌아선다.


이번 역에서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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