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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u Mar 26. 2019

2017.04.24

단상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 
글을 업으로 삼지 않은 이상, 글을 거의 쓰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글로 적는 것은 그저 지적 허세일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작하고 끝맺지 못한 글이 많은 것은 내 게으름 때문이지만, 요새는 뭐라도 써내려 가는 일 자체가 불편해졌다. 글은 쓰는 행위 자체에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이 내포되어 있다는 글을 어디서 읽었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나는, 모두가 내 글을 읽었으면 하면서도 동시에 아무도 읽지 않았으면 한다.


얼마 전에 방을 정리하면서 초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을 모두 버렸다. 나로서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인데, 이 일기장은 학예회에 전시된 적이 있다. 전시 후보는 친구의 한 권짜리 일기장과 나의 일기장'들'이었다. 그때는 숙제로 일기장을 검사하고 했으니 혼나지 않으려고 틀에 박힌 일기를 매일 썼을 뿐인데, 그 일곱 권의 일기장이 학예회의 전시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양이 많은 것과 내용이 좋은 일기, 둘 중에 뭘 전시할까요?"



이 일을 떠올리면 언제나 나의 가장 부끄러운 글들은 박제되고,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은 몰이해 속에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타인에게 쉽게 내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에서 쉽게 쓴 글은 더 그럴 것이 아닌가. 더 이상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시키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글을 쓴다고 하여 무엇이 남을 것인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다만 쓴 글은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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