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일기를 쓰려고 마음을 먹은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공교롭게도 거의 4년을 만났던 사람과 완전히 끝이 났다.
내가 금기를 깬 탓에 처음 했던 이별보다 불편한 사이가 되었다. 예지자의 연인을 쓸 때, 일단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일은 의미가 없다고. 그러니 절대 연락하지 않기로 다짐했건만 생각한 바를 그대로 옮겨내기는 언제나 어려운 법이다.
장 르누아르의 게임의 규칙에서 주인공은 귀족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은밀한 게임, 그 게임의 규칙을 깬 탓에 죽고 만다. 집단에는 언제나 규칙이 있다. 그러나 집단이 아닌 두 사람 사이에서도 이 규칙이 성립할 것인가? 이런 경우에는 특수성이 보편성을 이겨내지 못할 리 없잖은가?
하, 그런 생각을 했던 바보들 사이에 내 이름을 첫 번째로 올려다오. 나는 알고도 실패하였으니 일반 바보들보다는 윗자리로 가야 할 것이오, 인생사 현자 인척 굴다가 뒤집어지고 말았으니 첫자리에 올라도 될 터이다.
그래도 20분 정도 조용히 내 분노를 삭이고 나니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는 첫째가는 바보의 좋은 점이니 만세를 부르며 일기를 끝마치자. 자, 만세. 만세......!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