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과 죽음 2/2

목숨과 달리 사라지지 않는 것

by 삼채문



역사적 인물이나 작품 속의 캐릭터를 평가할 때 어떻게 살았는지는 당연한 요소지만

어떤 모습으로 죽었는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건 평가의 문제가 아닌 내 삶에 있어서도 중대사항이지 않겠는가?


비참한 모습으로 살려달라고 죽고 싶지 않다고 울부짖다가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적당히 좋은 날씨에 바람을 맞으며 누워서 잠자듯 몽롱하게 죽고 싶을 거다

당신이 바이킹이나 특수한 관념이나 종교가 있지 않는 이상














이 밑으로 스포일러 주의!
















진격의 거인을 극장에 가서 3번을 봤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 장면이 있다

한지가 비행정의 이륙을 위해 초대형거인들을 막다가 산화하는 것을 보면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한지는 시간을 끌다가 죽어야(죽을 확률이 높은) 하는 역할

이 생겼을 때

주저 없이 자원했다. 마치 정해져 있거나 누구에게 조종당한 것처럼

리바이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그녀는 묻는다

이전까지 죽은 이들의 목숨이 가치가 있었을까?


리바이는 다소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싫어하거나 거슬리는 질문을 들은 사춘기 소년처럼

한지는 최고로 폼 잡고 싶은 기분이라는 말을 하지만 표정과 땀을 봤을 때 긴장한 듯했다








DqktEm6CDYA5v4QBS9pgw0fb0VY.jpg 심장을 바쳐라







그 말을 듣고 한지는 상쾌한 발걸음과 표정으로

거인들에게 죽으러 간다

그러고 보니 엘빈한테도 꿈을 포기하고 죽어달라고 했었지 않았던가

참 리바이도 기구한 운명이다. 괜히 피도 눈물도 없는 그가 환영을 보고 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가 뒤져"

이런 뉘앙스가 아니라 엘빈도 한지도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왜 웃었을까?


이전 글에서 했던 질문에 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뒤로 가지 않아도 된다 한번 더 말하겠다

엘빈은 리바이가 자신이 짐승을 죽이겠다는 약속 →믿음을 얻고

웃으며 고맙다고 한 뒤 돌격해 죽었다.(비록 리바이가 선택한 거라 쳐도 일단은)


그렇다면 '심장을 바쳐라'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이것도 그냥 죽어.. 는 아닌 것 같고 조사병단의 특수성을 생각해 봐야겠다.

조사병단은 이전세대들과 동료들의 희생을 통해 벽 밖에서 정보를 얻고 거인을 죽여왔다.


죽은 병사들은 심장을 바쳐라는 구호를 외쳤고

심장을 바쳐서 죽었다 심장을 바친다는 구호는 이전에 죽은 이들을 기억하고

자신도 죽을 준비가 됐다는 다짐이다


그래?

그러면 이제까지 질질 짜고 막 고통스럽게 죽은 조사병단은 뭐였죠?

뭐 다짐이 이빨이 뼈와 근육을 뚫고 들어오는 걸 막아주진 않으니까


다시 한지에게 돌아가서

그녀는 왜 웃으면서 갔을까

조사병단의 단장의 위치에 있으면서

그녀는 엘빈이 느낀 이전에 죽은 이들의 심장과

내전으로 죽은 사람들의 목숨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는 그녀의 말로

어쩌면 엘빈만큼 한지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음을 느낄 수 있다

이전까지 리바이는 심장을 바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1기 전에 시간대부터 한지가 죽기 직전까지


갑자기 왜 심장을 바치라고 했을까?

그냥?

분명 이유가 있다. 그가 한지에게 직접 심장을 바치라고 했다

혼자서 구호를 말한 것이 아니라 명령을 한 것이다


네가 심장을 바치면

내가 너의, 이전에 죽은 조사병단의 의지를 이어나가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말을

한마디로 함축한 것이다


그렇게 리바이가 믿음을 줬고

한지는 그를 믿고 웃으면서 죽으러 갔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내가 한지에게 물어보지는 못했으니까


그러나 엘빈과 한지 둘 다 리바이의 말을 듣기 전과 후의

모습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가 한 말로 인해

심경이 달라졌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들과 다른 이들의 죽음이 다른 이들은

자신들의 목숨보다 중요한 '목표'가 있었고

남은 이들이 이를 완수할 것이라는 '믿음'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의 사례를 살펴보자

순교자, 사회의 변화를 위해 죽은 투사

용감하게 자신을 희생해 죽은 군인

소방관, 부모님들...


이성과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을 희생해 기꺼이 죽은 죽을 수 있는 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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