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수업(1)
교육현장에서 한창 프로젝트 수업, 일명 PBL 수업이 붐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프로젝트 수업은 여러 교과, 여러 수업에서 많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트 수업, PBL(Problem Based Learning) 수업을 검색해 보면 이러한 키워드들을 볼 수 있다.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
학생중심
협동학습
문제해결
굉장히 이상적인 수업이라 할 수 있지만 한 차시 45분 안에 이 과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평가를 위한 수업에서는 빠르게 진도를 나가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주요 어법 중심으로 핵심 문장들을 가르치고 암기시키면 그만이다. 평가 또한 암기시켰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암기테스트를 보면 문제를 내는 교사도 문제를 푸는 학생도 간단할 수 있다.
나는 왜 효율적이면서도 간단한 이 방법을 두고, 왜 굳이 어려운 프로젝트 수업을 고집하게 되었을까.
프로젝트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실현시키기까지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비주요교과로 인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기본이고, 지필평가 준비에 있어서는 일명 '버리는 교과'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었다. 학생들은 왜 그토록 비주요교과들에 무관심이고 가혹하리만큼 냉담한 태도를 보였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중국어 교과에 대한 다양한 오명들에 대해 피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정면돌파,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물어보기 시작했다. 수업에 문제점이 있다면 겸허히 그 문제점들을 받아들이고 보완하며 더 나은 수업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자 했다. 수업시간에 설문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의견들을 익명 혹은 실명으로 듣기 시작했고, 많은 학생들에게서 비슷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동기부여
"솔직히 중국어 공부할 시간에 다른 주요 과목 공부해서 주요 과목 점수 높이는 게 이득 아닌가요?"
"저 중국 싫어하는데요. 싫어하는 나라 말 뭐 하러 공부해요."
"딱히 공부할 이유가 없잖아요."
표현의 차이지만, 학생들의 여러 답변에는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할 이유' 바로 '동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내가 중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면 학생들에게 없어져버린, 아니 애초에 없었던 그 '동기'를 찾아줘야 했다. 동기부여를 위해 매 차시 각종 매체를 활용한 흥미유발은 그 한 차시 수업의 집중도는 높일 수 있다 할지라도 학생들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중국어는 공부할 필요 없다."라는 대전제를 없애주진 못했다.
교사가 억지로 주입시키는 동기부여가 아닌, 학생들 스스로가 느끼는 배움의 동기가 필요했다.
동기의 주체가 학생이길 원했고, 그러다 보니 학생중심의 프로젝트 수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수업의 핵심은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문제이기에 학생들의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중국'과 '중국어'를 어떻게 본인들의 삶과 관련된 실제적인 문제로 연결시킬지를 고민했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들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내가 지금 경험하는 것, 내가 앞으로 경험하게 될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관심이 없던 것이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뒤돌아보게 되어있다. 그 점을 활용해 보았다.
학생들의 관심사를 연구해 보고, 그중 가르쳐야 할 교과서의 내용 및 수업과 연결 지을 만한 요소들이 있는지를 찾아보았다. 중국어 교과서는 크게 주요 의사소통표현들이 각 단원의 주제가 되어있는데, "인사, 이름, 국적, 나이, 가족" 등과 같은 주제가 이에 속한다.
'공부에 지쳐있는 대한민국 학생들, 이 학생들에게 눈이 번쩍 혹하게 관심을 줄만한 요소. 그리고 그 요소와 연결된 중국어......'
교과서 목차를 몇 번이고 훑어보다가, 이 모든 목차들을 아우르면서 학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를 발견하려면 학교 밖으로 관심사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과서 안, 학교 안, 교실 안으로 국한 짓지 않고 학교 밖으로 배움을 연장시키자!
여행이다!
매일 반복되는 학교와 학원 수업, 수능이라는 긴 마라톤을 향해 달려가는 학생들에게 여행은 숨통을 트이게 하는 요소이리라. 어느 누군가에게는 여행이라는 것이 이 긴 마라톤 끝에 자신을 기다려주는 꿈과 같은 존재일 수도.
그 꿈같은 요소인 여행을 수업과 연결시켜 보기로 하였다. 여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단원뿐만 아니라 1,2학기를 통틀어 교과서 전 단원을 '여행'이라는 하나의 큰 주제로 묶어 '여행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로 한 것이다.
교과서 순서를 모두 뒤집어엎고, 학생들에게 중3, 1년이 끝나고 고등학교 입학 전 어떠한 기회가 생겨 친구들과 중국여행을 가는 상황을 설정해 주었다. 상황설정이지만 못할 건 또 무엇이랴, 보호자 동행하에 진짜로 방학 때 중국여행을 갈 수도 있다는 약간의 환상도 심어주면서 상황설정을 스토리텔링하다 보면 학생들의 몰입도는 높아진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가족들과 패키지여행 혹은 부모님이 주체가 된 자유여행은 가본 적 있어도 본인들이 직접 계획해서 준비한 자유여행의 경험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들 스스로가 직접 준비해서 떠나는 자유여행, 그것도 해외 자유여행이라는 소재는 이미 큰 흥미와 동기를 유발해 주었다.
친구들과 여행 날짜를 잡고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것과 같이 실제 자유여행을 할 때 하게 되는 모든 상황과 준비를 똑같이, 실제처럼 진행할 것이라는 멘트와 함께 1년 치 프로젝트 수업의 시작을 알린다.
초점 없이 흐리던 눈, 아무 생각 없이 교과서만 펼쳐놓고 멍하니 있던 학생들이 주위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웅성웅성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니 누구와 함께 갈 것이며 어디를 갈 것인지, 실제 여행을 준비하듯 들떠있는 마음이 교실을 가득 메우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던가. 학생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 흥미를 유발하게 해주었으니 일단 프로젝트 수업의 절반은 이미 성공이다.
이제 나머지는 체계적인 준비로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끔 '조력' 하는 것. 교사가 "주체자"가 아닌, "조력자"가 되어 진행되는 1년 치 "여행프로젝트수업". 그 대장정이 진행되는 과정은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