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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 Jan 21. 2024

<수업> 피드백에 진심입니다.

좋은 교사란 무엇일까.

좋은 수업이란 무엇일까.


새 학기를 앞둔 어느 날, 종례와 청소 지도를 마치고 텅 빈 교실에 남아있던 어느 날, 생각했던 것 이상의 수업 흐름으로 수업이 만족스러웠던 어느 날, 생각했던 대로 수업이 흘러가지 않아 속상했던 어느 날.


그 모든 교사로서의 어느 날에 나는 참 많이도 이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하곤 했다.


나는 과연 좋은 교사인가, 좋은 수업을 하고 있는가. 



 

좋은 교사와, 좋은 수업이라는 것이 교사인 나에게만 만족스럽고 좋아서는 의미가 없다. 학생들에게도 '좋다'라는 의미로 나와 내 수업이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한쪽만 생각해서는 안되고 교사와 학생 양쪽에게  '상호'간에 서로서로 좋은 의미여야 한다.



상호는 국어사전에 "상대가 되는 이쪽과 저쪽이 함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수업에 있어서 이 '상호'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다른 언어로 살짝 바꾸어 보자면 바로 "피드백"이다.



피드백

 


수업적인 측면에서 좋은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필요하겠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피드백'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수업을 준비해 온다 한들 학생들이 그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학생들이 아무리 수업을 잘 따라가고 이해해 보고자 노력한다 해도 교사가 학생들의 이해 속도와 상태를 지 못하면 어찌 좋은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수업을 할 때면 학생들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살펴보게 된다.




 피드백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1 대 다수 " 피드백, 즉 공개적인 질문을 통한 피드백이다. 수업 중간중간 혹은 수업의 마무리 시간에 전체 학생들에게 묻는 질문으로 어찌 보면 가장 쉬운 피드백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궁금한 거 있는 사람? 이해 안 되는 거 있는 사람?"


이 질문 하나로 다수에게 피드백을 들으려 했으니 소위 가성비 있는 질문이라 할 수 있다. 나 역시 매 수업 때마다 이러한 질문을 수도 없이 하지만 사실 이러한 공개적 질문의 형태를 통해 모든 아이들에게 100% 피드백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개적인 질문을 하는 것에 있어서 어떠한 거리낌이 없는 학생들이야 이때다 하고 궁금한 것을 잘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수 앞에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선생님께 질문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이며 용기가 필요한 일일 수 있다.


공개적인 질문을 활용해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생각해 낸 다른 피드백 방법이 있다.


바로 두 번째, "1 대 1" 피드백이다. 1대 1 피드백은 말 그대로 교사 한 명 대 학생 한 명의 1대 1로 이루어진 피드백 방법으로, 앞서 말한 공개적 질문을 통해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진행해 본 1대 1 피드백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배움 노트를 활용한 피드백이다. 매 단원이 끝날 때마다 각 단원에서 배운 주요 내용과 본인이 이해한 내용, 궁금한 내용 등을 적어 제출하게 했고 이를 평가와 생기부 기록으로도 연결시켰다. 학생들이 적은 주요 내용들 중에 잘못 필기한 내용은 없는지 보고 틀리게 적혀 있는 부분이 있으면 교정해 주기도 하고, 느낀 점과 궁금한 점을 적은 학생들에게는 관련된 내용에 대해 답변을 적어주었다.


노트를 적으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한번 더 복습하게 하고 싶었고, 배운 점이나 느낀 점, 궁금한 점을 적음으로써 수업시간에 미처 질문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다면 마음껏 질문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가끔 학생들이 배운 내용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100% 이해를 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질문 하나 없이 수업이 끝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배움 노트를 걷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여전히 궁금증을 남겨둔 채 그냥 수업을 마무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지, 나도 사춘기 때는 남들 앞에서 공개적 질문을 하는 게 참 어려웠었지.' 하며 배움 노트 한 장 한 장을 정성껏 읽어보며 빨간펜을 집어든다. 내가 써준 피드백 내용이 마치 편지를 주고받는 것처럼 여겨지는지, 배움 노트 내는 날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학생들의 기대감 덕분에 나의 빨간펜은 쉴 틈이 없어졌다.



배움 노트 피드백 예시 1
배움 노트 피드백 예시 2
매 단원 끝날 때마다 걷는 배움 노트로 인해 교무실에 가득 찬 노트들

두 번째는, 1대 1 오픈채팅방을 활용한 피드백이다. 1대 1 오픈채팅방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수업을 하지 못하고 원격수업을 진행하던 때에 고안해 낸 방법이다.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움 노트를 걷을 수 없었고 개별적인 피드백을 받자고 중국어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에게 내 개인적인 연락처를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수시로 수업의 이해여부를 확인하고 배움 노트 작성 때처럼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때 생각해 낸 것은 바로 카카오톡 기능 중의 하나인 1대 1 오픈채팅방이다. 1대 1 오픈채팅방은 일반 오픈채팅방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교사인 나는 각 반별로 오픈채팅방 링크를 하나 개설한다. 마치 일반 오픈채팅방을 만들 듯이 말이다. 일반 오픈채팅방이라면 그 링크를 타고 들어온 대다수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대화를 하게 된다. 하지만 1대 1 오픈채팅방은 다수와 함께하는 대화창이 아닌 링크를 개설한 사람과 그 링크를 타고 들어온 사람의 1대 1 대화창이다. 링크는 같지만 링크를 타고 들어온 한 명 한 명과 교사인 나의 개별 채팅방이 생기는 것이다.


교사인 나의 연락처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온라인상에서도 효과적인 1대 1 피드백을 진행할 수 있었다. 수업을 듣는 몇십 명의 학생들과 대화창을 하나하나 다 개설하는 것이 아니라 4개 반이면 4개의 링크만 만들면 되니 교사인 나의 수고로움도 덜 수 있다.


1대 1 오픈채팅방을 활용한 피드백 예시



교사는 결코 교사 혼자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없다.


교사가 잘 준비한 수업에 학생들의 참여가 있어야 하고, 학생들의 참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소통하고 개선해갈 때 좋은 수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어로 "피드백"은 "反馈 [fǎnkuì]"라고 한다. 그중 앞글자 反은 "되돌아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수업도 되돌아와야 한다 생각한다.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교사의 가르침이 학생들에게 잘 이해되고 있는지 학생들의 반응이 되돌아와야 한다. 그렇게 교사와 학생이 서로 함께 소통해야 한다.


올해도 피드백에 진심을 담아보려 한다. 학생들을 들여다보고 학생들과 서로 피드백하며, 함께 좋은 수업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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