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울린 진동
3부 1막 남아있는 진동
<다시 울린 진동>
언제부터 바쁘게 살기 시작했는지는 잊어버렸다. 바쁘게 살아온 하루들 덕분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일은 어려웠지만, 알아가는 재미는 있었다. 아무래도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중독된 듯싶다.
회사는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팔팔하게 살아있는 젊은 열정을 낚아, 회사가 추구하는 시스템으로 기계화되고 자신도 모르게 이 삶에 안주하게 된다. 나 또한 차차 열정보단 꾸준함으로, 변화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변해갔다.
어느 날 알람이 울렸다.
누군가의 팔로우. 처음에는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프로필에는 어두운 인물사진이 있었다. 곧 너라는 건 알겠더라. 애써 묻어두었던 의문들이, 새로운 의문들과 함께 수면 위로 또다시 떠오른다.
‘왜? 대체 왜?’ 멀어질 당시 모든 SNS에서 차단한 것 같았는데, 왜 팔로우를 걸었을까? 무슨 생각일까? 물을 질문들이 생겼지만, 묻지 않았다.
상처받는 두려움을 아는 자의 방어적인 태도. 상처받은 내가 이젠 방어적으로 굴고 있다. 나도 너에게 묻지 않았고, 너도 내게 더는 다가오지 않았다.
그렇게 표면상의 일상은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알람은 내게 파문을 일으켰다. 그동안 돌아볼 수 없었던 때를 조금씩 돌아보게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네가 시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어느 날 어디선가 들었다. 사람을 잊는데 목소리부터 잊게 된다고. 정말일까.
너를 다 잊었다고 자부하던 어느 날 그와 같은 소리를 들었다. 나는 여전히 들을 수 있었다. 너의 음성을.
한참이 지났지만, 그때와 같이 낮게 부르던 내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넌 가끔 힘없이 누워 아무 이유 없이 나를 부르곤 했다. 그 모습이 떠오른다. 나를 부르던 음성을 따라 움직이던 입 모양과 눈빛까지. 잊지 못한 걸까.
이렇게 선명히 남아있는 너를 왜 나는 잊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떠올라도 더는 감정적으로 휩싸여 가슴이 아려오지 않아서일까. 그저 그만큼 멀어진 걸까.
한때, 아니 네가 가까이 오면 가슴이 아려온다. 안정적이었던 감정은 금세 제자리를 벗어나 요동친다. 그게 퍽 마음에 들지 않아 불편하다.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와 조금씩 젖어 드는 것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부터 내리치는 파도는 기어코 나를 모조리 삼켜 버린다. 불안감이다. 그럼에도 그런 너를 그냥 외면할 수가 없다. 애증이다.
그제야 나는 시간 앞에 너를 한 치도 잊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저 멀어져 잠시 잠깐 묻어두는 것만이 가능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