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지 않는 너와 잡으려 했던 나

트리거-2

by 숨 Breath

2부 나는 누구인가


<트리거-2>


시간이 지날수록 널 알아 갔지만 그 차이도 알아갔다. 가까워졌다고 생각되다가도 미묘하게 주기적으로 거리를 두는 행동이 낯설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불편하게 만들었나?’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에 생각이 많아졌다. 그 거리가 단순히 네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감정적으로 유기되었던 경험을 다시 불러와 나의 가치와 연결의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거리 두는 이유를 알고 싶었고, 친밀한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 아니라는 확인이 필요했다. 난 대화를 원했고, 넌 침묵했고, 그렇게 균열이 시작되었다.


나의 물음은 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넌 더 멀어져 갔다. 잡히지 않는 너와 잡으려 했던 나. 인내해 보려 했지만, 이해는 되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거리감과 침묵이 불안을 심었다. 나의 물음은 널 회피하게 했다.



그 시점 너와 난 서로 원하는 것이 분명 달랐다.



난 네가 원하는 것이 도저히 뭔지 알 수 없었다. 알아갈수록 익숙해지지만, 알 수 없는 영역에선 시간조차 어쩔 수 없더라.




언젠가 날 캐릭터 같다고 했다. 표정이 다양하고 잘 드러나서.


어느 날, 넌 내 표정을 보고 마음이라도 읽은 듯 실망하고 돌아선 적이 있었다. 넌 묻지도 않고, 그대로 믿어버렸다. 내 생각이, 오해의 해답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게 무관심이라기보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 하는 태도로 느껴졌다.


그 어려움이 보여 내가 대신 채우려 했다. 다투고 난 후, 먼저 다가오지 않는 네게 다가갈 수 있었고, 묻지 않는 네게 설명하려 했다.


매번 먼저 다가갔다고 해서 매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먹고 용기를 가지고 행동해야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누구나 불확실한 삶을 사니까.


그래도 다가갈 수 있었다. 나에겐 그것들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하지만 결국, 더는 다가갈 수 없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다가가는 행동 자체는 집착이 되었고, 결과는 상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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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나의 회피가 시작되었다. 그때 내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감정이었다. 모든 감정과 사실들을 모호하고 애매하게 두어야 했다. 한껏 나약하고 취약해진 자신을 어디에서든지, 무엇으로부터 든 지 지켜내야 했고, 그 방법은 선택조차 할 수 없이 회피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떠지는 눈에 억지로 하루를 시작하여 다시 감을 때까지 온 정신을 바쁘게 하여야 했다. 멀어진 뒤에 생긴 수많은 의문을 더는 물을 수 없으니.


그렇게 몇 년을 너의 이름조차 꺼내지 않았다. 꺼낼 수 없었다.


너를 떠올리는 모든 것들을 한 곳에 모아 상자에 담고 아주 무거운 추를 달아 마음속 깊은 어딘가로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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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나서야, 유독 아팠다는 사실로만 남았다. 그 사실은 나를 이전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오래 보고 싶었고, 소중했다. 그렇기에 반응과 관계에 따라 흔들렸다. 무리하게 붙잡으려 했던 것도, 나의 기준보다 관계를 더 위했던 마음도.


설명이 없었던 너의 선택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버려졌다는 생각에 나의 쓸모를 잊었다. 기준과 경계를 스스로 무너트리게 했던 경험.


나를 의심하며 자책이 습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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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