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 의존하는 마음

꿈과 균형

by 숨 Breath

3부 2막 제 이름을 갖기까지


<꿈과 균형>


꿈을 꿨다. 친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기라도 했던 것처럼, 아니 멀어졌던 시절이 없었던 것처럼. 우린 꿈에서 친밀했던 시간을 보내. 별거 아닌 농담을 주고받고, 그냥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거. 그냥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다 대부분 너는 나를 떠나갔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럼 나는 기어코 나를 두고 갔던 너를 기억해. 떠나가는 널 꿈에서도 붙잡지 못해. 무력한 상황에 갇혀 또 한 번 버려졌던 기억을 살려.


상처가 되었던 기억이 여전히 상처였을 땐 반복되는 꿈이 괴롭혀.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다.




그런데 오늘 너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 시작은 똑같다. 친밀한 사이. 나는 무엇을 바란 건지, 무엇에 지친 건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의심이 되고, 인내와 기다림은 체념이 되어. 나는 너를 믿고 싶은 건지, 믿지 않기로 한 건지. 그 사이 어디쯤 맴돌고 있는 건지.


너는 내가 바랐던 반응을 잘 알고 있는 듯 그대로 나를 달랬다. 그보다는 내 의심과 불신을 보기라도 했던 것처럼 행동했다. 한발 물러섰던 나를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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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그 모습이 내가 바랐던 모습은 아닌 것 같았다.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꼈거든. 네가 애쓰는 그 모습이 네가 너로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자연스럽지 않다면 언제 곧 쉽게 깨어지는 모습일 테니까. 결국 그건 잠깐의 환심, 순간의 대응. 믿을 수 없는 행동일 테니까.




내가 원하는 건 너와 멀어지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애쓰는 모습도 아니다.


균형. 서로가 있는 그대로 있어도 되는 균형. 내가 소비되는 것도 아니고, 네가 소비되는 것도 아닌 상태. 너의 가치를 인정함으로 나의 가치를 보지 못했었다. 너에게 맞추며 나를 잃어버린 때가 있었다.


나만 나를 잃은 줄 알았다. 상처받기 싫어서 세웠던 기준이 너를 통제하려 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닌 내 기준에 맞는 모습에 너만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



사랑은 나의 이상이 채워지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수용하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 균형을 잃게 만든 건, 안정감에 대한 갈망이었다. 나를 제대로 봐준다고 느껴지는 존재 앞에 선명해지는 감각. 그 시간을 잊지 못해 그때를, 그 사랑을, 그 사람을 바랐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채워질 거란 이상에 갇혀, 채워주길 바라는 시간에 공허함만 더해질 뿐이었다. 안정감이 만든 불안한 세상으로부터의 완벽한 피난처가 이상이 되어, 상황이나 사람 혹은 나 자신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



대상이 아닌 '이상'에 의존하는 마음이 관계를 이토록 무겁게 만들었다.



한 시절의 안정감을 이상화했고, 그 이상화에 의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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