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쏘니 Apr 18. 2024

노포 선술집에서 당하다.

아직도 화가 나네. 일본 처음으로 안 좋게 보게 된 날.

 영화를 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시간은 저녁 7시, 전철에 사람이 많기도 하고 한참 전부터 목이 말라 역 하나 앞에서 내렸다. 산겐챠야 역 밖으로 나오니 저번에 우연히 본 타치노미(立ち飲み:서서 마시는 술집)가 생각났다.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가니 골목 선술집이 여러 보인다. 나는 타치노미를 봤던 곳으로 갔지만, 방향이 어긋났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차선책으로 노포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노포감성을 좋아했어서, 오래된 술집은 환영이다.

지나가다가 아주 작은 5평도 안될 것 같은 술집이 보였다. 할머니 2명이 얘기하고 있었는데, 1명은 주인 할머니인 것 같았다. 처음 술집은 나쁘진않았다. 할머니께서 말도 걸어주시고 친절했다.

일본에는 '토리아에즈 나마' 라는 말이 있다. 이말은 '우선 생맥주' 라는 뜻이다. 그만큼 일본 사람은 생맥주를 애정하는 것 같다. 나도 생맥을 시켰지만, 그냥 병맥만 있다고 해서, 그걸로 달라고 했다.

안주와 맥주가 나왔다. 일본은 안주를 시키지않아도 내준다. 한국과 차이라면, 비용이 드는 기본안주라는 것이다.  명칭은 오토시(おとし)이다.

목만 축일 생각이었기에, 맥주 한병에 오토시를 먹었다. 오토시는 게맛살을 찢어서 약간 무친 느낌이었다.

가격은 맥주 600엔, 오토시 500엔, 총 1100엔이다. 왠지 생맥보다 병맥이 더 비싼 것 같다. 맛은 생맥이 맛있는데 말이지.

그대로 집을 가려했지만, 친구가 온대서 다른 술집에서 있기로 했다. 두번쨰 술집은 손수 반찬을 만들어 안주로 내놓는 가게다. 여러 안주가 대접에 담겨져 있고 손님이 선택하면 내오는 느낌이다.

우선 맥주를 시켰다.

오토시는 연근, 죽순이 들어간 톳무침이다. 짭짤하니 맛있었다. 여기도 안주는 안 시키려 했다. 친구 올 때까지 할머니랑 얘기나 했다. 내게 처음 왔냐고 물어보셨다. 얼마 전에 입국했다고 말하니, 그럼 먹고 싶은 거 하나 얘기해라. 서비스로 주겠다고 말하셨다. 나는 반신반의한 느낌으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얼마냐고 물어보니, 돈 안받는다며, 그냥 주신다고 하셨다. 나는 두부조림을 고르고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친구가 와서 얘기를 나눴다.

도중에 갑자기 이거 한 번 먹어보라며, 방금 야채 튀김을 주셨다. 시키지 않았는데, 그냥 만들어주셨다. 난 이게 일본인가? 할머니의 정, 그런느낌인건가? 이것도 연신 감사하다고 말했다. 도중에 얼마냐고 물어보니, 얼버부리며 기다려달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는 가격은 말을 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밥도 있는데 먹겠냐면서, 렌지에 밥을 돌려주셨다. 저녁 안먹었기에 감사히 받았다. 다먹고 마무리로 물을 마시고 있으니, 오렌지인데 씨가 있는 과일을 주셨다. 그래서 먹고 계산서를 봤더니, 6000엔이 나와 있었다.

설마 시키지도 않은 안주와 서비스 안주가격까지 포함한 가격이란 말인가. 그래서 얼마냐고 물어봤을 때, 얼버부린 건가. 먹은 건 분명 그냥준다고 한건 재차 물었기에 확실했다. 술도 맥주 2병인데, 도저히 그런 가격이 나올 수가 없었다. 시키지도 않은 튀김,과일 가격을 포함할거면 왜 준거지? 이게 호갱당한건가? 난 어이가 없었다. 내가 시킨건 기본 안주, 맥주2, 밥이다. 나머지는 갑자기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셨다.

그 가격까지 포함해도 6000엔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당황했지만, 친구는 무표정으로 평균이지않나? 이러길래, 일단 이게 일본인건가 일본의 정은 없는 건가라며, 계산하고 나왔다.

나와서 이게 맞나 싶어 재차 물어보니, 이 친구도 좀 많이 나온 것 같다며 인정했다. 친구놈을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한거였냐..

그리고 내가 정말 화난 것은 일본할머니가 우리가 계산하며 나갈 때, '비싸게 나와서 미안해~ㅋ' 해맑게 웃으면 서 얘기한 것이다.

와.... 참...

진짜 이런 사람이 있구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난 당하고 다음부터는 노포는 가지말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프랜차이즈나 일반 식당에 가는 게 이유가 다 있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노포는 수기로 영수증을 작성하기에 딱 사기 당하기 좋은 환경이다.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면 섣불리 도전하는 건 좋은게 아닌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제발 한국에 왔으면 좋겠다. 제발 한국와서 사과하면서 웃어봐요. 한국에서는 큰일 납니다.

나는 앞으로 노포는 잘 안 갈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다음 피해자가 나오질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링크를 올려둔다.

https://www.news1.kr/articles/?5226314


모두들, 이유없이 웃는 사람들 조심합시다.


내 일주일 식비ㅠㅠㅠ

----

오늘의 일본어

古い(ふるい : 오래된)

伝票(でんぴょう : 전표)

 一本(いっぽん : 한 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