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re Reading #78
매년 1월 지구 반대편에는 가장 혹독하고 험난한 자동차 경주가 열립니다. 1978년,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2009년부터 남미로 무대를 옮긴 다카르 랠리(Dakar Ralley)입니다. 출발지점과 도착지점만 있을 뿐 정해진 길이 없기 때문에 GPS와 지도를 통해 알아서 가야 하고 대부분 사막을 비롯한 오프로드 코스로 악명이 높습니다.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트럭이 남미의 광활한 풍경을 누비며 사막의 모래와 흙먼지를 튕겨내는 사진도 멋지지만, 진짜 풍경은 그날의 스테이지를 마치고 사람과 차량 모두 재충전하는 야영지에서 펼쳐집니다. 드라이버가 밥을 먹고, 건강검진을 받고 잠을 자는 동안 자동차 역시 기름을 넣고 정비를 하고 타이어를 바꿉니다. 수천 명 이상의 드라이버 외에 이들을 지원하는 엔지니어, 미캐닉 등 다양한 사람이 대회에 참가하므로 운전자는 한 명이지만 사실상 팀 플레이인 셈입니다. 실제로 팀 단위로 운송, 내비게이션, 정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다카르 랠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모터스포츠 이벤트라면, 첫 번째는 바로 포뮬러 원(F1)입니다. F1 역시 팀 스포츠입니다.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 피트스톱(Pit Stop)입니다. 경기 중에 차량이 피트로 들어오면 스무 명에 가까운 스태프가 마치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차량에 달라붙습니다. 그리고 눈 한번 깜빡할 사이에 이미 타이어를 교체하고 급유를 하거나 고장 난 부분의 수리를 마칩니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피트스톱은 2016년 유럽 그랑프리에서 윌리엄스 팀이 기록한 1.92초입니다.
피트스톱은 제가 생각하는 좋은 팀워크의 구체적인 이미지입니다. 스위스 F1 팀 자우버(Sauber)에 의하면, 이들은 매주 목요일 경기 전에 45분씩 금요일은 20~30분씩, 심지어 일요일 오전에도 4~6회의 피트스톱을 연습하며 팀워크를 맞추고 작업 시간을 0.1초라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고 있습니다. 드라이버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전체 레이싱 시간을 줄이는 것은 차량 정비팀의 능력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TV 시리즈 이야기입니다. 2004년 영국의 유명 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동료인 찰리 부어맨과 함께 런던에서 뉴욕까지 모터사이클로 대륙을 횡단했습니다. 이들이 115일 동안 3만 1천 킬로미터를 주행한 내용을 담은 TV시리즈가 ‘롱 웨이 라운드(Long Way Round)’입니다. 후속작으로 ‘롱 웨이 다운(Long Way Down)’이 제작될 정도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장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촬영을 하고 정비를 지원하는 든든한 크루가 있었습니다.
결국 팀워크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데, 사족이 길었습니다. 돌이켜보면 PUBLY의 프로젝트를 온전히 마치는 데에도 좋은 팀워크가 필요합니다. 리포트 하나를 발행하는 것이 저자를 태운 F1 차량을 보내는 일이라면, PUBLY는 피트스톱 크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지만 좀 더 매끄럽게 차량을 보내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할 뿐입니다.
인생을 경주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기왕 경기장에 들어섰다면 혼자보다는 좋은 팀과 함께 협업하는 것이 더 좋겠죠. 저 멀리서 다시 차량이 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무사히 타이어를 교체할 수 있을까요?
2017년 1월 20일,
목동에서 손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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