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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현 Feb 06. 2017

살고 싶은 대로 살아

Years in Review 2015-2016

부고

친구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동생에게 메시지가 왔다. 미국에 있는 외삼촌(이하 삼촌)의 부고(訃告)였다. 내가 기억하는 삼촌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었다. 건설회사 출신으로 나중에는 자신의 공장을 운영하면서 몇 번의 성공과 실패를 거듭했다. 일이 잘 될 때는 그만큼 씀씀이도 커졌다. 아파트 평수가 넓어지고 자동차가 바뀌었다. 그리고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했는지 식구들을 데리고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그 무렵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2007년 12월 초, 뉴욕의 추위를 피해 따뜻한 LA로 넘어갔고 월넛(Walnut)에 있는 삼촌 집을 기점으로 3주를 더 지냈다. 그는 여전히 바빠 보였지만 틈틈이 나를 챙겼다. 근처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랍스터와 킹크랩을 사 와 숙모, 사촌 동생과 함께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서부 지역으로 다시 떠날 때 용돈을 두둑이 챙겨주기도 했다.


“여행 중에 뭔가 보고 느끼는 데에는 굳이 돈을 아끼지 마라. 경비행기 투어도 하고, 좋은 공연도 챙겨서 봐.” (삼촌)


시간은 많은 대신 돈이 부족한 내게 삼촌의 조언은 여행을 대하는 좋은 전환점이 되었다. 한편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돈이란 제때 쓰지 않으면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것이었다. 형태가 없음을 대체하기 위해 갖가지 물건을 소비했다. 하루는 투자금을 날린 뒤, 고급 승용차 가격의 시계를 사기도 했다. 삼촌은 돈에 초연해 보였지만, 초연해지고자 더욱 돈에 집착하는 모순을 보였다.

2007년에 지냈던 삼촌 집 Walnut, CA ©2017 Google


다른 길

지난 두 해를 돌이켜보면 나도 살고 싶은 대로 살았다. 언제 그렇게 살지 않은 적이 있냐고 되묻는다면 할 말 없지만 무엇보다 다른 길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다. 그리고 호기심을 실행으로 옮겼다.


다른 길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데에는 <노르웨이 국립 관광도로> 전시와 박노해 시인의 <다른 길> 사진전이 좋은 영감을 줬다. 전자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노르웨이를 달리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심어줬고, 후자는 여행 중에 안고 가야 할 질문을 제시했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모터사이클을 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모터사이클을 탈 거야,라고 선언하는 순간부터 나는 편견과 맞서야 했고, 도로에서는 어느새 약자가 되었다. 모터사이클은 다른 길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단순히 탈 것 이상을 의미했다. 헬멧을 쓰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효과도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효과가 큰 만큼 반대도 심했다. 부모님은 내가 모터사이클이란 단어를 꺼낸 순간부터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잠을 편히 주무시지 못했다. 내 결정을 진지하게 말리는 친구도 둘이나 있었다.


묘하게도 영화 <고 GO>(2001)*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가끔은 피부가 아예 초록색이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렇다면 나도 교포란 것을 잊지 않을 테고, 무섭다고 하는 이도 접근하지 않을 테죠." 영화 속 주인공 스기하라의 대사다. 나는 헬멧을 쓰고 모터사이클 슈트를 입는 것만으로 이미 피부가 초록색으로 변한 기분이었다. 다른 길을 가보겠다고 다짐하면서부터 한국 사회의 시선과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범주에서 벗어난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그 단어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소수 집단, 차별받는 약자 등 무엇으로든 대체될 수 있었다.

* <고>는 가네시로 가즈키(かねしろかずき)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 스기하라가 재일 한국인으로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차별, 그들이 가야 할 길을 경쾌하게 다룬 청춘 영화다.


오기가 생겼다. 여기서 뜻을 굽히면 내 인생에 내리는 어떤 결정이든 자율적으로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를 느꼈다. 그렇게 주변의 시선과 스스로 인지한 위험을 감수하고 떠났다. 막상 떠나니 정말 좋았다. 왜 그동안 외딴섬 같은 모국에서 아웅다웅하며 시간을 허비했는지 야속할 정도였다. 광활한 하늘 아래에는 그만큼 다양한 문화와 삶의 방식이 있었다. 길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했고, 그동안 방치해 둔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헬멧 속에서 웃고 울고, 때론 여행 중 만난 친구와 서울의 집을 그리워했다.


"비행기 엔진이 멈추자 주위는 조용해졌다. 바람의 신음 소리만이 희미하게 귀에 들려왔다. 맑게 갠 가을 하늘에는 구름 하나 없고 온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해 보였다. (…) 그때 나는 내가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세계는 이미 다 풀어져서 지금부터 세계는 나와 무관하게 진행되어 가겠구나 하고. (…) 이윽고 엔진이 걸려 주위에 다시 굉음이 돌아왔다. 비행기는 크게 공중을 선회하다가 활주로를 향했다. (…) 그러나 그곳에 있던 죽음의 감촉은 아직도 내 속에 선명한 실감을 동반한 채 남아 있어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그 작은 비행기 안에서 본 풍경이 머릿속에 되살아난다. 아니, 실제로 그때 나의 일부는 죽어 버렸다고조차 생각한다. 맑은 로도스 섬 상공에서, 아주 조용히."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라디오> 중 ‘로도스 섬 상공에서’, p.26-27


모터사이클 여행을 상상하지 못했듯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다고도 장담하지 못했다.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 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다. 실제로 여행 중 가슴 철렁한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다행히 다친 데 없이 더욱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다. 내게 목숨의 총량이 있다면 유럽과 러시아에 일부 두고 왔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한편 다른 길을 기왕이면 멋지게, 잘 다녀오고 싶다는 욕심이 스스로를 옭아맸다. 여정 중반까지 그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웠다. 그러던 중 독일 바트 키싱엔에서 접한 이야기가 큰 위안이 되었다. 뭔가를 증명(證明)하기 위해 그 길을 걷지 않았기를 스스로에게 바랐다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었다. 어쩌면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해 몸과 마음을 앞세워 2만 6천 킬로미터를 달린 것은 아니었나 싶다.



나의 실패 이력서

다시 돌아온 서울은 여전히 번잡했다. 살고 싶은 대로 살기에는 돈이 필요했고 일자리를 다시 구하려면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 많았다. 왜 회사를 떠났는지, 왜 모터사이클 여행을 했는지, 길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설명하고 증명해야 했다.


증명은 ‘어떤 명제에 대하여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거를 들어서 밝히는 일’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제시한 명제는 ‘지원자가 본 업무를 잘할 수 있다’였고, 내가 밝힐 수 있는 것은 ‘나는 다른 길을 경험했다’가 참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애초에 서로의 명제가 달랐기에 증명은 성립할 수 없었고, 나는 실패를 거듭했다. 처음 구직할 때와 달리 두 번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과 직함이 잠시 사라진 상태에서 내 포지션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틈틈이 여행의 기록을 마무리 짓고 포지션을 기다리는 시간 속에 2016년 상반기를 보냈다.

2016년 5월 10일의 트윗


5월쯤 프린스턴 대학교 요하네스 하우쇼퍼(Johannes Haushofer) 교수의 ‘실패 이력서(CV of Failures)’에 관한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자신의 웹페이지에 두 가지 이력서를 올렸다. 학자로서 지금까지 실패한(did not get) 학위, 교수직, 장학금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 그의 실패 이력서가 주목을 받았다. 유능한 석학조차 무수히 많은 거절과 실패를 겪었다.

요하네스 하우쇼퍼 교수의 두 이력서 ©Johannes Haushofer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썼다.


"성장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이룬 예상 밖의 성공을 발견해서 계속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성공의 증거를 무시한다.(Far more often, the unexpected success is simply not seen at all. Nobody pays any attention to it. Hence, nobody exploits it, with the inevitable result that the competitor runs with it and reaps the rewards.)"

- 피터 드러커, 미래사회를 이끌어가는 기업가 정신 (Innovation and Entrepreneurship)>(1985)


요하네스 하우쇼퍼 교수의 이야기와 피터 드러커의 글에서 힌트를 얻은 나는 나만의 실패 이력서를 써보기 시작했다. 외고 입시에 떨어졌던 중학생 시절을 시작으로 대학생, 대기업 사회초년생, 프리랜서, 여행자로서의 성공과 실패 경험을 나열했다. 돌이켜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 지금의 발자취 뒤에는 예상보다 많은 실패가 있었다. 성공이라고 여긴 첫 취업(엔지니어링)도 실은 몇 년 뒤 내 발목을 잡은 실패였다. 모터사이클 여행 중에도 실패는 존재했다. 초반에 휘발유 관리를 소홀히 하여 바이크가 멈춰 서기도 했고, 오프로드에서 많이 넘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직 한창 진행 중인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를 섣불리 정의할 수 있을까? 단지 성격이 다른 두 가지 경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으로부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내가 이룬 예상 밖의 성취는 글쓰기였다. 2004년부터 블로그를 시작했고, 2012년 포트폴리오 성격의 독립 출판물을 발행한 것을 계기로 매거진 <B>의 객원 멤버로 합류했다. 심지어 여행 중에도 꾸준히 글을 썼다. 그리고 글을 쓰고 다듬는 과정에서 운이 좋게도 두 팀을 만났다. 출판사 미메시스와 유료 콘텐츠 스타트업 PUBLY(퍼블리)다. 미메시스의 제안으로 첫 책을 냈고, PUBLY 덕분에 편집자(editor)로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좋은 팀워크

잠시 회사 이야기를 해보자. PUBLY는 2015년 4월에 설립된 회사로 ‘미디어/콘텐츠 스타트업’으로 축약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회사다. 우리 시대의 지적 자본이 될 수 있는 유료 콘텐츠 시장을 만드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까지 모두 다루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한다. 지난가을,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카카오 출신의 김홍익 저자가 플랫폼에 대해 언급한 적절한 문장이 있다.


"플랫폼은 중간에서 꿀 빠는 사람이 아니라, 양쪽 모두에서 속 터지는 사람이다." (김홍익)


PUBLY에 합류하면서 이 말을 실감했다. 회사에 있어 공급자와 수요자는 곧 좋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는 저자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독자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섬세하고 때론 변덕이 심하고 무척 바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 바로 회사의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2016년 페이스북을 통해 연결된 사람의 대부분은 PUBLY 때문이다. 이 안에 공급자와 수요자가 있다. ©Facebook

그 존속을 위해 내가 맡은 포지션은 편집자다. 사실 실패 이력서를 쓰기 전까지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 편집자의 직업 정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무엇이 좋은 에디터십(editorship)인지 여전히 답을 구하는 중*이다. 다만 좋은 이야기의 원천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신이 살아온 내력에서 좋은 글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글만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나는 그 원재료를 잘 가공해서 먹음직스럽게 접시에 담을 뿐이다.

* 내가 글을 쓰고 다듬는 스타일은 어릴 적 아버지의 편지로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안수찬 한겨레 편집장의 글, 김훈 작가의 인터뷰 그리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회사의 존속, 에디터십에 대한 고민과 별개로 지난 1년 사이 느낀 점은 팀워크의 중요성이다.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듯, 내 책을 준비하는 동안 미메시스의 편집자와 디자이너와 협업한 경험은 창작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 경험을 PUBLY에서도 활용했다. 회사를 떠나 여행을 하는 동안, 여행 중에 글을 쓰는 동안 그리고 출판을 준비하는 동안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 가장 힘이 되어주는 것은 내 옆에서 크게 걸음 소리를 내며 함께 걸어주는 친구’라는 나눔문화의 말처럼 내 곁의 동료가 중요하다. 경쟁보다는 협력이, 해답을 가져오라고 독촉하는 상사보다는 문제를 함께 공유하는 동료가 여러모로 낫다. 팀워크에 대해서는 PUBLY의 78번째 뉴스레터에 언급하기도 했다. 실은 함께 고생하고 있는 회사 동료, 출판을 같이 꾸려준 미메시스의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생각하며 썼다.

피트스톱(Pit Stop)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팀워크의 구체적인 이미지다. ©Sauber F1 Team


감정이 전부다

출판, 구직 등 다른 길을 또 다른 일상으로 바꾼 것만으로 충분히 고맙지만, 그만큼 나의 시간은 너무 빨리 흘렀다. 몸과 마음이 지칠 무렵, 또 한 번 깊은 위안을 준 자리가 있었다. 연말의 어느 송년 모임에서 한 분이 지난가을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거의 죽다 살아났다고 했다. 평소에 건강했던 자신이 경미한 뇌출혈로 응급실에 가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이야기를 듣다 보니 죽음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다시금 느꼈다.


“어떤 작업의 결과물이 있고 없고, 그것이 훌륭한 열매를 맺고 말고의 차원과는 상관없이 ‘있음’, ‘어떤 마음을 갖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몸이 많이 아프면서 존재 자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그분의 말은 모든 일을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음을 다시 일깨워줬다. 지난 2016년 중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다. 나는 담백한 글쓰기를 지향하지만, 실제 나라는 사람은 몹시 감정적이다. 그걸 지난 여행 때 느꼈다. 다양한 감정이 매우 선명한 색깔로 요동치는 것을 관찰했고 그 감정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걸 굳이 증명할 필요도 없었다.


"감정이 과대평가됐다고 했지. 다 헛소리야. 감정이 전부야.(You say that emotions are overrated. But that's bullshit. Emotions are all we've got.)"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영화 <유스 Youth>(2015)에서 노년의 영화감독 믹의 대사다.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지난 2년 동안 다른 길에 대한 호기심을 실천하며 살고 싶은 대로 살아보고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감정이 전부다.


다시 삼촌 이야기로 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삼촌은 자아의 완성을 자신의 비즈니스와 동일시했다. 한의사, 약사, 연구원 등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외가 식구들과 달리 유일하게 사업을 했다. 식구들 중 괴짜로 불린 그는 아마도 다른 길을 잘 가고 있음을 비즈니스로 증명하고자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았을까? 감히 판단할 수 없지만, 마지막에 전해 들은 이야기로 미루어보아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삼촌의 가족은 상황이 나빠졌고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라스베이거스로 집을 옮겼다. 설상가상으로 몇 달 전 4기 위암을 진단받고 결국 예순 중반의 나이로 세상을 일찍 떠났다.


여전히 삼촌에 대해 남아있는 기억은 대부분 소박하다. 그의 성공과 실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삼촌 집에 있던 오디오를 통해 클래식과 팝송을 들으며 받았던 감동, LA에서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고 환대해준 것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생생하다. 나름의 낭만이 있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삼촌의 여유가 보기 좋았다. 무언가 증명할 필요 없이 삼촌의 감정대로, 살고 싶은 대로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다른 곳에서나마 평화롭게 지내시길 바란다.



Appendix. Annual Report of 손현 (2017.2.5)


1. Financial Review: Income / Expenditure

상반기에는 딱 130만 원을 벌었다. 글 써서 받은 상금과 출판 계약금이다. 하반기부터는 다시 월급을 받기 시작했다. 조금씩 저축도 재개했다. 그 외 부수입은 모두 글을 써서 벌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무렵, 미메시스로부터 초판 발행부수(1,500부)에 대한 인세를 모두 받았다. 책으로 번 인세는 책이 나오도록 도와준 고마운 친구들에게 책을 다시 보내느라 거진 다 썼다. 참고로 해외 배송비가 책 가격보다 비쌌다. 매거진 <B> ‘WeWork(위워크)’ 이슈에 브랜드 스토리를 기고하여 받은 돈은 연말, 연시에 연남동 모처를 3주 동안 빌리는 집세로, 기아자동차 사보 ‘드라이브 기아 Drive KIA’에 노르웨이 국립 관광도로에 관한 짧은 여행기를 쓰고 받은 원고료는 제주를 여행하는 비용으로 충당했다.


2. Operation / Participation

<모터사이클로 유라시아>를 냈다. (2016년 9월 10일 | 미메시스 | 496쪽 | 135x185mm)  

PUBLY에 합류했다. (2016년 6월 19일)  

송주원 안무가(일일댄스프로젝트)의 도시공간 무용 프로젝트 ‘풍정.각(風情.刻) 6’에 참여했다. (낙원삘딍에서 2016년 10월 5일)  

외부 기고  

#hyonniewalker  


3. Principal risks and uncertainties

여전히 관계에 이기적이고 미숙하며 문제가 많다. 특히 연애.


4. Social Response

부끄럽지만 여전히 참여를 많이 하고 있지 않다. 비영리 사회단체 나눔문화에만 간신히 후원할 뿐이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광화문 촛불 시위 현장에는 은근히 자주 갔다. 시위 때문에 참여했다기보다는 회사 일이나 개인 약속이 근처에서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5. Impression: Film / Book

인상적으로 본 영화와 책을 꼽았다. 공연은 생략.

<유스 Youth>(2015) by Paolo Sorrentino

<스포트라이트 Spotlight>(2015) by Tom McCarthy

<데몰리션 Demolition>(2015) by Jean-Marc Vallée

박혜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던 순간들, 57일간의 산티아고>, 6699PRESS, 2014

올리버 색스 (김명남 옮김), <고맙습니다>, 알마, 2016


6. At a glance

2014년 키워드: forward, ever. backward, never. / fitter, happier, more productive

2015년 키워드: steering, execution, support

2016년 키워드: 없었음 (복기해보면 reconnection)

2017년 키워드: 비우기. 그러려면 번잡한 마음부터 덜어내야겠지.

무엇보다 주파수를 맞추세요.

그러면 잡음은 저절로 떨어져 나가요.

180번째, 이성복 시론 <무한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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