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 어떻게 키워야 하는데? ②

독일 유소년 축구 이야기

by editor 쏜

주인장은 모 활동에서 유소년 축구 관련 해외 출장을 다녀올 수 있었다. 현지에서 함께 동행하며 느끼고 생각한 점을 4편에 걸쳐 전하려 한다. 1편과 2편에선 각각 잉글랜드와 독일의 유소년 축구에 대해, 3편에선 두 나라의 풀뿌리축구 현장에서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끝으로 선진 축구의 대표 국가인 두 나라가 한국 유소년 선수 육성, 더 나아가 한국 축구에 던지는 시사점을 짚어보며 글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부족한 글솜씨는 미리 양해를 구한다.


* 연재 순서

① 잉글랜드 유소년 축구 이야기

② 독일 유소년 축구 이야기

③ 잉글랜드, 독일의 풀뿌리축구(Grassroots)

④ 두 나라가 한국 축구에 던지는 시사점


축구 강국 독일은 어떤 나라보다 축구에 진심이다. 많은 사람들의 동네에서 축구를 즐기고, 선수의 꿈을 꾼다.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계속 발전하고 있다. 독일 유소년 축구는 어떤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한국과 차이를 보이는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보겠다.


IMG_8364.jpeg?type=w1 바이에른 캠퍼스 내 유소년팀 전용 홈구장


독일도 고민한 자국 선수 경쟁력 강화


현장에 가보기 전까지 독일은 유럽 5대 리그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가 펼쳐지고, 자말 무시알라와 플로리안 비르츠 등 우수한 유망주 선수들이 매년 나오는 우수한 성장 시스템을 갖고 있는 선진 축구의 대표 국가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선 여느 나라와 다름 없는 성장통을 보내고 있다.


분데스리가 유스팀에서 프로팀으로 성장한 독일 선수의 비율이 감소하고 외국인 선수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을 인지하며 독일 축구계는 유소년 발전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 부분이 있다는 문제의식을 느꼈다. 우수한 유소년 자원들이 성인팀 전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국 선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소년 육성 제도의 전환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DFB(독일축구협회)는 1, 2부리그의 모든 팀과 3부리그의 일부 팀들에게 유소년 육성 센터를 갖추도록 해 미래 독일 축구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총 64개의 유소년 육성 센터 팀들과 그 외 각 나이대별 선수들은 다 함께 지역별 디비전 리그에 참여하고 있으며 팀 성적에 따라 승강제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유소년 디렉터들은 이러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TSV 1860 뮌헨 유소년 디렉터 파울러는 "과거엔 유소년 팀에서 공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도 신체적으로 작은 선수들이 기회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감독들이 승격이나 잔류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신체적으로 강한 선수들에게만 기회를 주는 경향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점차 축구를 포기하거나,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장기적으로 성장 환경의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SpVgg 운터하잉 유소년 디렉터 플로리안 렌치도 "이 시스템은 코치들이 강등을 피하기 위해 신체적으로 우월한 선수들만 기용하게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술적이거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선수들은 충분한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IMG_8304.jpeg?type=w1 유소년 각 급별 리그 시스템
IMG_8454.jpeg?type=w1 독일 유소년 리그 구조도


성적 중심 구조 탈피를 위한 변화


독일은 U17, U19, 프로 유스팀을 대상으로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각 연령별로 프로 산하 유스팀과 일반 클럽팀이 모두 합쳐져 리그를 치르고 팀 성적에 따라 승강제가 이뤄졌다면 판단해 2024년부터 프로 산하 유스팀은 승강이 없는 리그를 진행하도록 바뀌었다. 프로 유스팀만의 승강 없이 자신들의 리그를 따로 치르는 셈이다. 한국과 굉장히 유사한 구조다.


프로 산하 유스 선수들이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승강제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하고 신체적으로 덜 발달된 선수들도 출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최상위 실력의 유소년 선수들이 같은 수준의 리그에서 개인의 창의성과 성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일종의 독일 축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의 첫 발인 것이다.


하지만 프로 산하 팀들만 경쟁력을 갖추고 이로 인해 프로 산하 유스팀으로 가고자 하는 인원이 늘어나 그외 클럽팀에선 선수 유출의 우려가 발생하고 엘리트 팀과는 경쟁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U17, U19 리그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전반기 성적에 따라 후반기에는 상위 24개팀끼리 한 그룹, 나머지 40개팀과 프로 산하가 아닌 우수 성적 클럽팀들이 함께 그룹을 이뤄 남은 리그를 치르게 된다.


이로 인해 기타 클럽팀들도 엘리트 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새로운 시스템은 각 팀이 능력에 따라 적절한 경쟁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모든 선수들은 더 많은 출전 시간 확보로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고 특히 상위 그룹에서는 더욱 높은 수준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IMG_8356.jpeg?type=w1 아카데미 출신인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IMG_8345.jpeg?type=w1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 육성 시설인 FC바이언 캠퍼스


변화의 시도 속 반발에 부딪히다


어떤 변화든 환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항상 존재한다. 독일의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변화는 2019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까지 무려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수월했을 것이라는 내 생각과 전혀 달랐다. 유소년 육성의 문제인 만큼 모두가 호의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무참히 깨버렸다.


도입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프로 산하 팀이 아닌 기타 클럽팀들은 "선수를 모두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 "엘리트 팀들과 경쟁하며 발전할 기회조차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내부적으로는 유소년 지도자들의 강한 저항도 있었다.


지도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이 성적보다는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자신의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많은 지도자들이 경기 결과를 통해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데, 지금 시스템은 성적이 아니라 선수 육성을 목표로 해서 경력 유지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독일축구협회(DFB)와 지역 협회 간의 조율 문제로 도입이 지연된 부분도 있다. 협회는 주요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작업을 미뤘고, 각 유소년 센터장들 간의 대화와 협력 부족해 적극적인 실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결국 이 시스템이 도입되기까지 협회 내부적으로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지도자들의 우려를 해소하며, 지역 협회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독일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선수 육성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을 이루기 위한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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