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93명 vs 실버타운협회
“LED 전구
다 쓸 때까지
남지 않은 나의 수명”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있다.”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제목 :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지은이 :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노인들의 이 짧은 글귀들은
나를 울적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유쾌함이 있다.
삶과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아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 재미를, 이런 유쾌함을 젊은이는 모른다.
어쩌면 늙은 자에게만 허락된 작은 여유이자
기쁨일지도 모른다.
젊음의 언어로 보면
늙음은 비참하고,
노쇠는 상실이며,
병듦은 몰락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늙음은 실제로
슬프지만 여유가 있고
일상의 버거움 속에 고요가 있고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단단함이 있다.
이번에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참 이상해요 -강준형
우리 형아는요,, 참 이상해요.
자기가 라면 끓여놓고요
할머니보고요
‘잘 먹겠습니다.’ 하거든요”
“혼자 타는 거지 -고대호
욕심은
혼자 많이 먹는 거고
심술은
그네나 시소나
혼자 타는 거지 “
-제목 : 침 튀기지 마세요
“1학년 달리기
1학년 아이들이
웃으며 달린다.
팀 아이들이 꼴등 해도
웃으면서 화낸다.
힘들어도 웃는 거
닮고 싶다.”
“계란찜 - 박민우. 오성초등학교 4학년
3학년 때 엄마가 아프셨다.
저녁을 먹을 때
엄마한테 계란찜 해 줘, 했다.
엄마는 아픈 몸을 이끌고
계란찜을 해 줬다.
그때 엄마가
“에구, 힘들다” 하셨다.
나는 그때 일이 후회된다.
-제목 : 쉬는 시간 언제 오냐
-지은이 : 초등학교 93명 아이들 지음
아이들의 시는 내 마음을 울린다.
순수한 말들이 아프다.
노인의 시에는 되려 유쾌함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말들 속에는
여리고 순한 애잔함이 있다.
우리는 늙어 가면서 가벼워지는 법을 배우고
아이들은 자라면서 무거움을 알아가는 것일까?
그게 정말 순리라면
아이들에게 왠지 모를 연민이 일어난다,
삶의 무게는
나이에 따라 모양이 다를 뿐,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모양으로 살아내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