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존버
하루 4시간, 일주일에 세 번.
누군가는 이 시간을 병원 침대에서 보낸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시간을 긴장 속에서 함께 보낸다.
혈액투석실의 4시간은 모두에게 같지만, 동시에 너무 다르다.
굵고 압도적인 바늘에 꽂혀 4시간 동안 피를 걸러내고
기계로 수분을 빼야 하는 과정을 이틀에 한 번씩 반복한다.
환자들에겐 몹시도 지루하고 고단한 시간이다.
그 4시간이 평생 이어지는 일상은 힘들지만 익숙해진다.
3시간 반이 지나, 곧 투석이 종료되고 바늘을 뺄 시간이 다가오면
시간은 더디다 못해 멈춘 듯 느리게 흐른다.
예민함이 가장 꼭대기에 오르는 순간이다.
조금만 힘을 내라고
작은 농담과 위로의 말들을 걸어본다.
지루한 그 마음을 알고 있다는 공감을 보내본다.
드디어 투석이 끝나면 이제 우리는 서로의 수고를 인정하고
따뜻한 눈빛 교환의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오늘도 잘 버텼어요.”
주 3회. 4시간의 투석.
반복되는 이 과정은 점점 익숙해져서 수월해질 것 같지만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일로 이어질 수 있는 시간이디.
간호사는 환자들의 상태 변화를 감지하고
과거를 기억하고 변화를 감지한다.
간호사의 4시간은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의 연속이다.
관찰. 확인. 점검. 감지. 기록
간호사의 4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괜찮아 보이는데, 오늘따라 숨소리가 다르다.”
이런 감각이 생기기까지, 참 많은 시간과 긴장들이 쌓여야 한다.
오늘도 환자와 간호사는 함께 4시간을 보낸다.
익숙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
돌봄과 버팀,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된 우리의 4시간
내일도, 같은 4시간이 다시 시작된다.
조금 더 무사하길
조금 덜 아프길
조금 더 편안하길
그래서 시간이 훌쩍 지나가길
연민의 마음을 내어본다.
이 4시간이 누구에겐 생존이고 누구에겐 책임이다.
우리는 다르지만, 동시에 같은 이 4시간을 함께 잘 버텨냈다.
"우리, 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