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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아저씨 Apr 28. 2018

국밥 한 그릇


"국밥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밥 한 그릇

물끄러미 내려다 본다.




직딩 시절

외근 나가서

처음 혼자 밥을 먹을 때

낯선 그 시간을

든든하게 채워주던

국밥 한 그릇




숟가락 들어

국물 한 모금

간을 본다.


아버지랑 목욕 가면

딴 친구들은

짜장면 먹었다던데

왜 울 아버지는

노상 국밥집만 데려 가셨는지...


이제 그 마음 조금 알겠다.




숟가락을 무기삼아

국밥을 푹푹 찔러대며

입천장 데이건말건

입안 가득 밀어넣으니...


대학시절 친구녀석들과

공사판 노가다 알바하다

함바집 밥이 물릴 즈음에


트럭 짐칸에 몸을 실어 도착한

어느 허름한 국밥집에서

뭔가 아쉬운 눈빛을 읽으시고

반주를 시켜주시던

노가다 십장 아저씨의

털털한 웃음과

옷에 밴 퀴퀴한

땀냄새, 담배냄새가

구수하게 떠오른다.




땡초 하나 쌈장에

푹 찍어 베어문다.


첫 경험이었던 그녀와

길바닥에서 대판 싸우며

한 대 야무지게 얻어맞은

빠말때기처럼

눈이 붉어지고

콧물이 어린다.




국밥을 한 그릇 먹는다.


따끈한 국물 위로


사람들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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