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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 다섯시 Mar 15. 2018

늙은 개와 여행하는 방법

매일이 작은 여행


딱히 바다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모래가 발바닥에 껴서 별로예요.


강아지였을 때는

바다에 첨벙 들어갔어요.

모래밭에서 우다다다 뛰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별로예요.


나는 이미 다 해봤으니까요.

이제는 아기 차례예요.


나는 그냥 여기에 앉아서

바다를 보고 아기를 볼게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거든요.


참,

나도 여기에 데려와줘서 고마워요.





개가 아주 작았을 때, 여행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방에 강아지를 쏙 넣어 가면 그만이었다. 개는 가방 안에 들어앉아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탔다. 작은 구멍 사이로 세상을 구경했다. 개는 승차 요금을 따로 내지 않았다. 공짜로 어디든 할랑할랑 마실을 다녔다. 작다는 건 확실히 실용적이다.


개는 나이와 함께 몸집도 커졌다. 나풀거렸던 몸이 이제는 8kg을 넘어섰다. 몸이 쏙 들어가던 개 가방은 누구에게 준 지 이미 오래다. 그래도 개와 함께 여행을 가려면 가방이 꼭 필요하기에 우리는 가장 큰 사이즈의 가방을 새로 샀다. 새 가방에 개의 엉덩이부터 겨우 쑤셔 넣어 지퍼를 닫았다. 개는 떠나기도 전에 지쳤다.


우리의 목적지는 강릉. 차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6시간을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명절도 아닌, 평일 한가한 낮시간에 출발했는데도 그랬다. 늙은 개는 답답한 것을 참지 못했다. 휴게소마다 차를 멈추어 개에게 바람을 쐬어주었다. 우리는 덕분에 지역별 휴게소 음식을 배 터지게 먹었다. 집에서 출발할 때 내비게이션으로 가장 빠른 길을 찾아 떠나왔건만, 초저녁이 되어서야 강원도에 도착했다. 늙은 개와 여행하기 위해서는 내비게이션에 최단거리 노선이 아니라, 인내심부터 장착해야 했다.





이어지는 글과 사진이 궁금하시다면, 

신간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을 구매하시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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