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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요일 다섯시 Mar 29. 2018

밤을 꿀꺽 먹어버린 개

눈물은 눈물의 마음



철컥 철컥


현관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새벽 3시, 오밤중을 넘어 구밤중이 되려는 이 시각에 도대체 누구일까. 아니, 누구인 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저 문 밖의 불청객이 기어코 문을 따고 들어와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그 목적에 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나는 어서 몽둥이라도 들고 나서야 했는데, 우리 집엔 회초리 비슷한 것조차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꼼짝을 못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하는 편집증적 겁쟁이었기 때문에 문은 안전하게 삼중으로  걸려있었다.


다시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려고 애쓰는 소리가 들렸다. '옆 집 사람이 문을 여는 거겠지,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생각했던, 불과 30초 전의 나는 틀려도 단단히 틀렸다. 저 불청객은 이 집에 여자가 혼자 산다는 걸 아는 게 틀림없었다. 심장이 쑥 꺼지다 못해 발바닥에 껌처럼 들러붙었다. 손을 바들바들 떨며 112를 누를 전화기를 찾고있는데 순간, 개가 쏜살같이 문 앞으로 뛰쳐나갔다. 개는 날 선 목소리로 컹컹 짖었다. 나는 이날, 우리 개 짖는 소리를 처음 들었다. 작고 작은 강아지였다. 10평짜리 작은 집에서 어디에 있는 지 굳이 애써 찾아야 할만큼 존재감이 없는, 조용한 개였다. 개는 문 밖의 낯선 침입자도, 내 두려움도 쫓아버리려는 듯 그렇게 짖어댔다. 나는 손에 들었던 전화기를 내려놨다.


대체 누구였을까. 나는 신발장 옆에 쭈그려 앉아 이불을 싸매고 보초를 섰다. 개도 내 옆에 궁둥이를 받치고서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밖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 들려도 개는 현관문 틈에 코를 박았다. 나는 이 성실한 부하에게 보초 서는 일을 맡기고서 꼬약꼬약 잠이 들었다.


누군가 옆에서 숨만 쉬어주어도 외롭지 않은 밤이 있다. 그 밤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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