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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저, 첫 전자책

여행처럼 쓰고, 편지같이 나누다

by 행복의 진수

처음, 저자로 만든 책은『행복의 진수』다. 내 경험을 풀어낸 이야기. 온전히 내 사진으로 가득 채워진 이 책은 여전히 특별하다. 하지만 『당신의 여행은 어느 쪽인가요』는 또 다른 의미의 ‘처음’을 내게 안겨주었다. '첫 공저자'로 참여한 책. 함께 쓴 글이 다른 작가님들과 나란히 엮였다. 혼자 쓰는 이야기와 함께하는 경험은 또 다르다는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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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여행은 어느 쪽인가요』는 열 명의 작가가 함께 만든 여행에세이 공저다. ‘새벽감성 1집’이라는 독립서점에서 모인 사람들이 네이버 밴드를 통해, 매일 혹은 매주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는 프로그램이었다. 글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술술 써지지도 않고,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고된 기록의 순간이 지나자, 어느새 함께한 글이 묶여 책이 되었다. '별의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금목서의 향기를 맡으러 제주도까지 갔던 이야기를 썼다.


책은 계획형 여행자와 즉흥형 여행자의 글을 각각 다섯 명씩 나눠 담았다. 나는 계획형이었다. 언뜻 보기엔 충동적으로 떠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무언가를 기다린 후에 움직이는 사람이다. 계절의 기미, 날씨의 감각, 마음의 여유까지. 그해 제주도에는 유난히 금목서가 만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 향기를 직접 맡아보고 싶어서 비행기를 탔다. 천제연 폭포를 지나 주홍빛으로 물든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여정을 글로 풀었다. 여행이란 낯선 장소를 향해 떠나는 일이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께 쓴 첫 책이 나왔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열 작가의 이야기가 엮여 하나의 책이 탄생했다. 글쓰기란 이렇게 세계를 넓혀가는 작업이구나. 조용한 방식으로 누군가의 기억과 닿는 일이구나. 글이 사람과 연결되는 방식을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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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 『편지, 씀.』이라는 전자책에 참여했다. 이번에는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에게 쓰고, 또 서로에게 쓴 글들을 모아 만든 책이었다. 강서청년센터에서 마련한 이 기획은 단순히 ‘글쓰기’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 쓰기’에 더 가까웠다. 나는 이 책에 '사서교사가 되고 싶다'라는 내용을 담았다. 꽤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다짐이었고, 아직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던 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편지라는 형식은 그 고백에 제법 어울렸다. 상대가 누구든, 심지어 그게 미래의 나 자신일지라도. 편지는 말하게 해주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답장도 받았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편지에 다른 사람이 답장을 썼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읽고 정성껏 써준 답장. 한두 페이지의 문장들이었지만, 무게감은 절대 작지 않았다. "괜찮아요. 느리게 가더라도. 가끔은 돌아가는 것처럼 느끼더라도." 그런 응원들이 잔잔하게 마음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 혼자 가는 길이 아니구나.'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한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


『당신의 여행은 어느 쪽인가요』가 나를 '함께 쓰는 사람'의 여정에 불러주었다면, 『편지, 씀.』은 내가 왜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나를 세상으로 이끈 글쓰기와, 내 안을 들여다보게 한 체험이었다. 공저와 전자책. 종이책과 디지털 파일, 여행기와 편지글. 그 형태는 서로 달랐지만, 둘 다 또 다른 첫 경험이었다.


처음이라는 건 늘 무섭고 어설프다. 그렇지만 그만큼 선명하고 또렷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서툴러도 괜찮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어떻게 진심을 담아내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내 여행은 어디로 이어질까? 또 누군가에게 무슨 편지를 쓰고 어떤 답장을 받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다는 것.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살짝 더 다정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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