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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첫 마지막

by 행복의 진수

“글을 읽다가 갑자기 심장이 먹먹해지네요.”

문헌정보학 수업을 함께 듣는 반대표님이 카카오톡을 주셨다.

며칠 뒤, 목멱산방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 입장에서 보니, 어머니께서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것 같아요.”


나는 그동안 나만 힘든 것만 알았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병원비와 생활비를 내돈내산으로 감당할 때도, 나 혼자 다 해냈다고 일견 자부심까지 느낄 정도였다. 스스로 잘 해냈다고 여겼고, 덤덤한 척 살아왔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했을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들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말 못 할 밤이 얼마나 많았을까?


“책에 엄마 아빠 이야기는 없어서 아쉽더라.”

『행복의 진수』를 읽은 수원 이모가 말했다.

이 책은 조카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아기 때 사진으로 시작해, 조카들이 뛰어노는 모습과 누나에게 전하는 감사의 말로 마무리했다. 생각해보니 엄마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사실 23번째, 마지막 글은 ‘첫 마지막’이라는 제목으로 쓰고 싶었다.

누나네 집 거실에서 나눈 상조 이야기가 시작이었다.

“교직원 공제회에서도 상조 사업 하지?”

요즘은 친구들 부모님도 별다른 지병 없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뇌졸중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던 아빠, 치매로 고생하시는 외할머니를 보며 걱정이 많은 엄마.

어느새 내 나이도 마흔을 넘었고, 부모님은 칠순이 지난지 오래다.

노래 가사처럼, 만남은 쉽지만 이별은 어렵다. 이별을 준비한다는 건, 그게 가족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불광동의 작은 지하실에 모여 썼던 ‘나의 첫’ 이야기가 어느덧 23편의 브런치 연재글로 모였다. 그때 쓴 원고도 있고 그후에 쓴 내용도 있다. 썼을 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니 부끄러워 수정한 부분도 있고, 내가 썼지만 ‘좀 쓰는데?’하고 뿌듯했던 날도 있다. 차마 브런치에 올리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보태서 협성문화재단 공모전에 응모했다.


이제는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7월부터는 문헌정보학 수업을 들으며 마음에 남았던 장면들,

책과 도서관, 사람과 기록에 대해 배운 것들을 브런치에 풀어볼 예정이다.


‘처음’은 언제나 낯설고 서툴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모여 삶이 되었고, 글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어주는 당신 덕분에, 그 모든 처음이 조금은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다.


* 매주 수요일 아침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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