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생각 교환일기(16) '가을에 듣는 음악'

열여섯 번째, 가을에 듣고 싶은 음악과 그 이유

by 채원

며느리 채원의 가을 음악


가을 노래하면 '가을에는 편지를 하~겠어요.'라고 시작하는 이동원의 <가을 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가을에 대해 직관적이며 쓸쓸하지만 외롭지 않아 보인다. 이번 주제는 가을을 음악 없이 보내기에는 너무 아쉽기 때문에 생각해 보았다. 섬섬히 흐르는 음악들이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건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까?!


더운 날씨의 한줄기 찬 바람을 잡으며 동생과 "이 노래는 정말 여름의 끝자락이다. 더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며 김동률의 <여름의 끝자락>을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가을이 왔다. 어릴 적부터 가을이 오면 '공활한 하늘'을 새기고는 했다. 애국가 3절에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는 가사를 보며 어쩜 이렇게 가을을 표현하는데 알맞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 가을 하늘이 왔다.


누군가가 여행을 가면 향수를 새로 사 여행하는 내내 뿌리고, 그곳을 추억하기 위해 그 향수를 맡는다고 했다. 나에게는 음악이 그랬었다. 한정적인 플레이 리스트를 선정하고 여행지 내내 듣는다. 그리고 어느 날 들은 그 노래에서 그곳을 떠올리고는 했다. 요즘은 더 쉬워진 음악 찾기, 광활한 스트리밍으로 이런 재미는 덜해졌지만- 그 전의 추억들은 더 깊어진 거 같아 고맙기도 하다.


몇 년 전 처음으로 엄마와 동생, 셋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었다. 선선하고 맑은 딱 가을이었다. 셋이서만 떠나는 첫 제대로된 여행이었고, 그게 해외여서 계획을 하느라 긴장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왜 인지 모르겠는데- 그 여행을 생각하면 문득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이 떠오른다. 아마 엄마가 한참 좋아하던 노래였어서 의식의 흐름이 연결해 놓은 것 같다. 그렇게 오랜만에 들은 <가을 우체국>에서 그날들을 떠올리고, 언제 또 우리는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를 낳고 난 후 나의 최고의 가을 노래는 아이유가 부른 <가을 아침>이다. 한참 아이의 낮잠 자장가 노래이기도 했고 내가 소곤소곤 불러줄 수 있는 노래이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 속에서의 가을이 맑고 밝다. 상쾌한 찬 바람이 휙- 부는 가을이 이제는 센치 할 틈도 없는 마음과 맞았다.


가끔 아이가 잠들고 육퇴! 를 외치며 남편과 술 한잔과 듣는 음악에서 예전의 가을의 감정을 꺼내보기도 한다. 역시 무엇보다 가을은 쓸쓸한 마음을 한편에 두고 즐길 줄 아는 게 제맛이다.


난 책을 접어 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른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 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바람이 불면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바람이 불면

내가 알고 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혀질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광석


코 끝이 찡한 겨울이 오기 전에 나의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야겠다. 다시 안 올 지금의 가을을 단단히 안아줘야지. 내년 가을에는 아이와 가을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에게 들려줄 가을은 어떤 이야기로 채워야 할까? 생각해본다.






시어머니 명희의 가을 음악


살아오면서 나의 음악의 계보(?)를 적어 볼까나... ㅎㅎㅎ

소녀 시절에는 pop song에 매료되어 있었다. 1960년대에는 The beatles가 Billboard chart를 석권하고 있었다. 1위부터 5위까지 독점하다시피 했던 그때 비틀즈에 열광해 있었다.


그때는 팝송을 1위부터 100위까지 알고 있어야 유식(?)하다고, 신여성이라고 했던 웃지 못할 시대였다. 나 또한 많은 외국의 대중가수와 노래를 외우고 있었고... ㅎㅎㅎ


1970년쯤에는 클래식에 심취해 있었다. 학창 시절 음악 선생님이 말씀하신 Classic 알기

"작곡가들은 모두 타계했다. 그러므로 작곡 활동은 끝났기에 너희들은 행운아다. 생존해 있으면 더 많은 Classic 음악을 외워야 하는데..." 하시던 말씀.


비발디를 듣고, 베토벤을 듣고,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듣고, 이렇게 심오한 음표의 세계가 있다니 하면서 듣고 외웠던 70년대.


양구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은 비발디에 <사계>를 늘 대표 음악으로 들려주고 있고 (내가 방문했을 때마다) <사계>를 듣고 있노라면 삶의 희로애락이 담아져 있는 것 같았고...!!!


지금은 우리의 대중가요에 인트로도 클래식으로 시작하는 곡도 있다.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베토벤의 가곡 <Ich liebe Dich>를 삽입. 대중가요에 클래식을 접목하는 크로스 오버를 보여주기도 하고.

이예준 <넌 나의 20대였어>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을 테마로 시작하여 새로운 멜로디가 얹히고...!!!



결혼하고 나서는 대중가요에 심취해 있었다. 김민기를 좋아하고 한상일의 <웨딩드레스>, <애모의 노래>, 박인희의 <목마와 숙녀> 너무나 좋아했었다.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를 늘 읊조리던 기억들.


환갑이 지나서는 트로트에 매료되어있다.

3분 철학, 3분 드라마, 3분에 삶이 담아져 있는 우리의 trot

우리의 트로트야말로 삶의 지침서 같은 노래다.

<마부>를 들으며 웃고 울고, <막걸리 한잔>을 들으며 아버지를 생각하고, <사모곡>을 들으며 엄마를 떠 올리며 울고, 주병선의 <칠갑산>을 들으며 어릴 적에 밭에서 김 매던 그때를 회상하고, 우리의 트로트는 우리의 삶 자체인 것이다. 그 어느 나라 음악에도 뒤지지 않는 우리만의 정서가 담아져 있는 노래 트로트다.



이제 70대인 나는 동요를 좋아한다. 손자, 손녀가 이 할머니에게 인생을, 삶을 가르쳐주고 있다.(?)

"할머니 우리는 모두 꽃이에요" 하면서 노래하는 손주를 보면서 몰래 눈물을 훔쳤던...


<모두 다 꽃이야> 류형선 (작사/작곡/편곡)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데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데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이 노랫말에 많은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소중하다는 커다란 가르침 같다. 동요를 들으면서 나는 과연 잘 살았을까 생각해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나의 마음에 자리를 잡고 있다.


2021. 9月 27 monday


시할아버지께서 시어머니 명희에게 선물한 세계팝송대전집


시어머니 명희의 글 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