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이야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나의 시어머니!
그분을 만나보고 싶다. 긴 세월 함께한 현재 내가 지혜롭고 현명하게 삶을 살 수 있게 강한 채찍을 주신 나의 어머니. 그분은 탄생하신 날에 조용히 소천하셨다.
며누리인 나에게 "내가 하늘에서도 너를 도울 것이다" 하시면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만날 수 있다면 아름다운 카페에서 우아하게 coffee를 마시면서 감사하다고 고마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세상이 무엇인지 시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던 시절에 나는 사랑하는 그이만 있으면 돼 하면서 결혼을 했다. 참 어리석게도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처사였다.
나의 어머니.
그분은 성품이 강한 분이셨다. 말씀도 직접 화법을 쓰시는... 결혼하고서 첫 번째 '설'이 왔다. 조상님한테 예를 드리는 차례상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냈다. 지내고 보니 간장을 놓지 않았다. 어머님은 너는 공부도 잘했다며 간장을 망각했냐고 호통을 치셨다. 아- 앞으로는 잊지 말아야지 하면서 얼마나 무서웠던지 집 뒤로 가서 서럽게 울었던 기억.
또 다른 일화
친척 집에 어머님과 남편과 방문하게 되었다. 행사가 있어서.. 집은 비좁고 손님은 많고 식사를 해야 하는데 "나중에 먹겠습니다.' 하니 우리 어머니 말씀 "너 혼자 독상 차려줄 줄 아냐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렇게 강한 화법을 소유(?)하신 나의 mother in law. 그런 일화들을 계기로 나는 강해졌다. 내가 시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를 재정비하지 않으면 나는 아마도 지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강한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사람들 속에서 나 자신을 버티고 살기.
그 방법은 '나는 없다' 나를 하나에 도구로 생각하자 주문을 외우면서 살았다. 남편도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강한 사람들과 같이 가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심리를 알아야 내가 대처할 수 있으니까. (헌책방에서 심리학 책도 사서 보면서)
어머님의 그 강한 화법이 나를 멋진 여성으로 만들었다. 무엇이든지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내가 되었다. 집안에 첫째 며누리로서 누가 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노년을 보내고 있는 나도 어머님을 닮아서 강한 여성이 되었다. 화법은 간접화법을 구사하면서 손자, 손녀와 대화를 한다.
나의 어머니.
긴 세월 미운 정 고운 정들면서 살았으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만나고 싶은 나의 지침서(?) 같은 분이다. 긴 세월 누워 계셨던 나의 애처로운 어머니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 었다. 창 넓은 찻집에 앉아서 소담 소담 이야기하고 싶다.
"어머님 덕분에 제가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노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머니 강성 아드님과 잘 살고 있습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하면서.
나는 모든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백신 접종 날이 자부 생일날이었다. "어머 며누님이 우리를 보호하네"하고.
나의 어머님도 이런 나의 성격에 부각하셨는지 당신 생일날에 조용히 집에서 돌아가셨다. 삶의 의미를 두시면서...
나의 어머니!
누워 계시면서도 일본어를 가르쳐 주시고, 네가 제일 예쁘다 하시고, 우리 아들이 너를 잘 데려 왔다고(?) 하신 어머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분은 나의 어머님이시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시고 아름다웠다고
말씀하고 계실 나의 어머니
"안녕히 잘 계시죠?"...
2021 11월 18 목
어릴 때는 책 속에서 보던 대단한 사람들을 한번 만나보거나, 꼭 되어보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이 있었는데 점점 그러한 상상들을 잊어가는 것 같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멋진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사람들이 궁금하다.
지금 나와 같은 나이, 서른다섯의 우리 엄마를 만나러 가고 싶다. 이제 막 걷기 시작했을 동생을 챙기며, 말괄량이 다섯 살인 나의 손을 잡고 고군분투하고 있을 우리 엄마를 만나러 가고 싶다. 다양하고 세심한 육아용품이 넘쳐나는 요즘과는 다르게 모든 걸 몸으로 때워야 했던 그때의 엄마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을까. 육아를 하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이거 시간 보내기 좋아, 이거 하면 시간 진짜 잘 가" 같이 어찌하면 무난히 하루를 보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화를 한다. 서른다섯의 우리 엄마는 무난하게 시간을 잘 보내고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면 좋은 기억만 남긴다고, 지금의 엄마는 "채원이가 동생이랑 잘 놀아줘서 엄마가 수월했지~"라고 말씀하시지만, 현재 19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착하고 안착하고의 문제를 생각할 수 없는 본능으로 몸무림 치는 아기는 그냥 다 힘들다. (ㅎㅎㅎ)
어렴풋이 기억하는 어릴 적 나의 성향은 조금 착했을지 모르지만 장난꾸러기 었고, 골목대장이었다. 여기저기 높은 곳을 기어 올라고, 뛰어내려서 놀다가 여기저기 몇 번을 꿰매었다. 토 할 때까지 뛰어놀다가 한 겨울에도 얼굴이 빨게져서 땀을 흘리며 들어오는 말괄량이 었다. 이런 나를 보면서 엄마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지금 내 아이가 놀다가 슬쩍 멍들거나 얼굴에 상처가 나면 가슴이 쿵-하고 철렁이는데, 우리 엄마는 어땠을까.
어릴 쩍 나는 말괄량이면서도 체질은 약한 편이라 두드러기를 달고 살았고, 매일 주르륵 코피는 기본이었다. 지금의 내가 생각하니 엄마는 엄마의 잘못도 아닌데 매일매일 '엄마가 미안해'하면서 얼마나 속상해했을까. 엄마는 꽤 오랜시간 동안 매일 몸에 좋다는 것들 달여 먹였다. 그 덕에 나는 튼튼하게 자라 체육까지 전공한 체력왕이 되었다. (ㅎㅎㅎ)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어? 그만 할 수 없지만 그만 하고 싶지 않았어?"
"엄마가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너희 둘을 낳아서 키운 거야."
"그래도 키우기 힘들다~ 할 때가 있었을 거 아니야"
"몰라? 기억 안 나는데?"
- 어느 날 엄마와의 대화
서른다섯의 엄마를 만나 한 번 꼬옥 안아주며
"하루하루 잘하고 있어요. 당신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로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로 자랐어요. 당신의 그 능력을 믿어 의심치 말아요, 잘하고 있어요." 속삭여주고 싶다.
그리고는 다섯 살 채원이와 두 살 희원이를 데리고 신나게 하루를 놀며, 엄마에게 꿀 같은 자유 시간을 주고 싶다.
엄마처럼, 엄마만큼 하나하나 잘 해내는 엄마가 되고 싶다. 사랑해, 우리 엄마.
그리고 나에게 시간이 조금 더 주어진다면 같은 시간 대 마흔도 채 안된 나이에 아이 넷의 엄마가 되어 하루 매 시간 쉼 없이 지내고 있을 시어머니 명희에게 잠시 들려 꼬옥 안아주며 똑같이 말해주고 싶다.
"하루하루 잘하고 있어요. 당신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로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로 자랐어요. 당신의 그 능력을 믿어 의심치 말아요,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