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네 번째 이야기, 올해도 무사히 보낸 나에게 쓰는 편지
2022년 임인년이 저물어간다.
올해 마지막 주제 올해도 무사히 보낸 나에게 편지를 띄어 보라고 채원이는 주제를 주었다.
안녕, 명희!
너는 꽃피는 봄에 무사히, 장마가 오는 여름에도 무사히, 낙엽 지는 가을에도 무사하게, 눈 오는 겨울에도 무사하게 보냈다고 들었다.
올해도 무사하게 무탈하게 보냈다고 해서 많이도 감사했다. 이제 황혼 길에 접어든 겨울이라 할 수 있는 계절을 보내고 있는 너는 참 대단하단다.
너에게 주렁주렁 달렸던 장식(?)들을 빛내기 위해 흘린 눈물은 너에게 웃음으로 환원하였고 여러 가지의 아픔들은 이제 따사로운 햇살이 되어서 너를 비추이고 있구나.
책 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명희를 위하여 아들과 딸들이 원하는 책을 사준다고 자랑하는 너를 보면서 부러웠단다. 하나뿐인 자부도 책을 제공해준다 하면서 파안대소하는 너를 보면서 나도 행복했단다.
올해는 계절마다 한 권씩 봤다고 해서 놀라웠단다. 너는 시력도 많이 안 좋아서 고생하는데 너의 그 은근과 끈기에 박수를 보내면서 너라는 친구가 있어 고맙다.
봄에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여름에는 <컬러의 말>, 가을에는 <남편을 버려야 내가 산다.>, 겨울에는 고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고...
책도 너의 삶에 이유가 있는 책을 고른다고.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컬러의 말>은 손자 손녀에게 도움이 될까 하고 봤다고, 미술 공부하는데 색깔을 분석해 주려고...
나쓰메 소세키 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그 옛날 명희가 보고 있는 것을 본 시아버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새로 개정판을 사서 다시 봤다고 하는 너는 많이도 추억 추억한 친구란다.
우리 이제 얼마나 더 삶을 이어갈지 모르지만 너 올해도 잘 살았어, 썩 괜찮았어, 언제나 늘 위대하지만 너의 2022년 삶의 학점이 있다면 A+란다. ^^
너의 남편이 담낭암 완치 판정이라는 선물(?)을 주었다고 기뻐하는 네 모습이 스쳐가는구나.
손자 손녀가 주는 Benetfit(?)도 너무 좋았다고...
그것은 네 얼굴을 그려주고, 피아노도 쳐주고, 영화관도 같이 가주고, 미술관도 같이 가서 관람해주는 것이 너에게 주는 혜택이라고 말하는 명희를 보면서 너는 참 학창 시절부터 특이했는데 지금도 똑같구나!
자부와 함께 글 쓰는 너를 보면서 많이 질투가 났단다. 그렇게 책을 많이 보더니 자부랑 같이 놀고(?) 있는 너 명희. 내가 추앙한다. Respect 한다.
너와 나는 죽은 자가 그토록 소망했던 내일인 오늘을 보내고 있는 거란다. 우리 남은 삶 가치 있게 같이 꾸려가자꾸나. 올해도 과거라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구나.
며칠 안 남은 2022년 아름답게 보내자꾸나.
그리고
너와 나 살아있으므로 아름다운 봄날 같은 세상 속 주인공이잖니.
예쁜 너 소녀시절 마을에서 춘향이라고, 모나리자라고 놀린다고 너는 싫어했지만 우리는 모두 질투했단다.
내가 많이 많이 사랑하고 존경하고
추앙하는 거 알고 있지?
수고했어 명희야
안녕!...
12月 12. mon
안녕, 채원아?
오랜만에 계획을 세워 본 한 해라고 했었던 말이 생각난다. 2년 동안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보내고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이제 조금 다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22년 초의 네가 떠오른다.
아이가 완전히 적응하면 무얼 할까 조금씩 고민하던 그때, 갑작스럽게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워킹맘들은 참 대단하다 느꼈지?
그때 또 신기하게도 찾아온 둘째 임신 소식. 너에게는 재밌는 일이 잘 일어나는 것 같아, 참 재밌어.
짧고 굵게- 임신한 몸으로 첫째를 돌보며, 짧지만 일을 하고, 가정을 돌봐야 하는- 맛을 보니 어떠니
순간순간의 소중함이 남달랐을 것 같다.
가족이 아프지 않은 순간이 감사하고
평온하게 보낸 하루의 밤이 고맙고
함께 하늘을 바라보며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 축복이었을 거야.
누구보다 그 하나하나를 빼곡히 느꼈을 거라, 한편으로는 부럽다.
그리고
얼마 전 건강한 12월의 아이 둘째를 출산하며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걸 축하해.
한 해를 가장 뜻깊게 마무리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아, 무엇보다 건강하렴.
언제나 든든하고 포근히 곁을 지켜주는 남편과
눈웃음이 매력적인 밝은 장난꾸러기 첫째 아이와
이제 세상을 향해 막 눈을 뜬 둘째 아이.
왁자지껄 우당탕탕 즐겁게 네 가족 새해를 맞이하길 바랄게.
언제나 너의 안녕과 평온을 기도해. 사랑해.
2022년 12월 21일 수요일
첫 째 아이가 태어난 지 1000일 되는 날, 너에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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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약속 같았던 한 달의 두 번 글쓰기는 임신을 하면서 깨지고, 불특정 업로드가 되어버려 속상하지만 끝난 게 아니니 괜찮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글쓰기는 더 험난(?)하겠지만 조금의 루틴이 생기면 그 또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금세 돌아올 거라는 말을 남기며- 2023년 글쓰기 계획은 한 발자국 물러서 있겠다. 금방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