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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Aug 18. 2023

@소통잡화점 910 <협상중에 화를 내면 마이너스 1점

@소통잡화점 910

<협상 중에 화를 내면 마이너스 1점>     


1.

“아, 약속을 깜빡하셨군요. 제가 기다릴 테니까 시간 되는대로 좀 부탁드려요.”

개원초 시공관련 사장님 한분이 약속을 잊으셨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시지 않아 연락을 드렸더니 아차차 하신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처신하면 좋을까.     


2.

상대방이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인데도, 대충대충 처리하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더 울화가 치민다. 내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화를 내든 소리를 지르든, 상대는 찍소리 할 자격이 없는 상태다.      


바로 그 순간!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마음속에 참을 인을 3번 새겨보자. 지금 내키는 대로 윽박지르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상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안해할 수도 있지만, 적반하장으로 배째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 각각의 상황을 과연 감당할 수 있는가. 원하는 업무는 제대로 마칠 수 있는가.     


3. 

진료가 끝난 시간에 작업을 해야 할 상황이었으니, 시간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른 인테리어와 맞물린 작업이라 따로 일정을 정하기도 어려웠다. ‘그냥 밀린 업무 하면서 기다리지 뭐. 집에 좀 늦게 가면 그만이야. 어차피 집에 일찍 가도 일하느라 늦게 잘 생각이었으니…….’     


하시던 작업이 늦어지셨다며, 전화로 말씀하신 9시를 훨씬 지나 밤 11시 반에야 도착하셨다. 차마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신다. 연세도 많으신 분이 허리를 숙여가며 죄송하다는 말씀만 반복하신다. 괜찮으니 천천히 하시라고 했다. 서두르면 다치실 수 있으니 조심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저녁도 못드신 듯하여, 치킨을 주문해 같이 나누어 먹었다.     


4. 

작업이 전부 끝나니 새벽 2시다. 구석구석 꼼꼼히 작업해주셔서 아주 마음에 든다. 

“어휴,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계좌번호하고 비용 좀 적어주세요.”

/“아뇨, 됐습니다(휘리릭~)”     


다음날 인테리어 작업을 하러 오신 다른 사장님께 이 상황을 여쭤보았다. 아무리 약속을 어기셨다고 한들, 이런 시공에 비용을 안 드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잘 모르시나 본데요, 저 흑경은 처음 의뢰하신 모델보다 훨씬 고급이고 많이 비싼 제품이에요. 원장님이 잘 대해주셔서 그 사장님도 호의를 베풀어주셨나 봐요.”     


5.

상대가 잘못을 저지르면, 현재스코어 1대0이다. 내가 앞서기 시작한다. 이때 내가 마음속 화를 고스란히 드러내어 퍼 부으면, 상대방은 나의 화를 견디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저지른 잘못은 잘못이고 감정적인 트라우마는 별개다. 어느새 스코어는 1대1 동점이 된다.     


이미 벌어진 상황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내가 얻은 소중한 1점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 잘 생각해보자. 분을 못 이겨 흥분하느라, 그 소중한 점수를 잃으면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 칼을 손에 들고도 휘두르지 않으면, 상대는 백배천배 더 미안해진다. 상대방 인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끔은 내가 겪은 일처럼 아름다운 보복을 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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