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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Sep 29. 2023

@소통잡화점 940 <착한사람 소리를 듣는 사람의~

@소통잡화점 940

<착한사람 소리를 듣는 사람의 특징>     


1.

“김대리? 사람이 정말 착해요.”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착하다’는 단어를 듣는 순간, 누구든 주위 사람들 중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 한두 명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보자.     


2. 

한국말 ‘착하다’는 영어로 번역할 수가 없다. kind? nice? good-natured? 모두 우리가 말하는 그 뉘앙스와는 다른 뜻이다. 영어의 유사단어들은 대부분 나긋나긋하고 친절한 태도를 뜻하지만, 우리말 착하다는 말은 자상하고 부드럽다는 의미와는 엄연히 구별되어 쓰인다.     


나는 ‘순종적’이라는 단어가 가장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착한 사람은 점심도시락을 싸왔지만 동료들이 짜장면 먹으러 가자고 하면 군말없이 따라가고, 몸살로 삭신이 쑤시고 아프지만 당직 바꿔달라고 하면 웃으며 OK한다. 절대 거절할 줄 모르고,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신부터 먼저 버린다. 사람들은 그런 당신에게 ‘착한 사람’이라는 훈장을 달아준다.     


3. 

세상천지에 ‘착하게’ 태어난 사람은 없다. 누구나 동물적 본능이 숨어있고,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이기심이 장착되어 있다. 착하다 소리를 지나치게 자주 듣는다면, 후천적인 영향으로 그렇게 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것도 자발적이지 않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말이다.     


시키는 대로 따르지 않으면 폭력적인 언행이 날아오고, 선택의 자유는 애시당초 손에 쥐어본 적 조차 없다. 어느 순간 자기주장을 드러내는 자체가 분란의 씨앗이라고 여기기 시작한다. 좋은 게 좋은 법이니, 나 하나만 참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억압한다.      


4.

한번 착해지기 시작하면 세상은 절대 그대로 놓아두지 않는다. 먹잇감을 찾아 창공을 선회하던 독수리는, 항상 제일 힘없고 무기력한 새끼 양을 목표로 덤빈다. 사무실 공식빌런 최팀장도 이대리 박대리에게는 찍소리 못하면서, 유독 김대리에게만 함부로 대한다.      


“아니, 김대리. 왜 그렇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요?”

보다 못한 이대리 박대리가 도와주려고 해도, 김대리는 무기력하게 물러선다. 오히려 팀장님이 오죽하면 그러실까 하면서 이해하려는 자세까지 보인다. 자신이 팀장님을 보듬고 있다며, 나 홀로 정신승리에 빠져있다.

      

5.

‘착한사람’ 대신 영어단어 그대로 친절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자. 그래도 충분하다. 구태여 내 자존심 다 버리고, 부탁 하나를 거절 못해 쩔쩔매지 않아도 괜찮다. 아무도 당신에게 손가락질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처음 한마디가 어려울 뿐이지, 그 다음부터는 아주 쉽다. 깨진 유리창 법칙 그대로다. 당신이 어느 한구석 허술하게 당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들 당신이라는 차량 속으로 온갖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한다. 단 일주일 만에 주차된 차는 엉망진창 폐차직전 모습으로 전락한다. 이제 감정쓰레기통 신세에서 벗어나자. 누군가 백마 타고 달려와 구해주길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눈앞의 사람에게 나지막이 말해보자. “그 일은 못하겠어요, 하기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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