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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16. 2023

@소통잡화점 951 <나보다 나은 사람과 어울려야~

@소통잡화점 951

<나보다 나은 사람과 어울려야 성장할 기회가 있다>     


1.

“팀장님, 여쭤볼 내용이 있는데요, 저녁에 시간 좀 내주세요.”

/“아, 어쩌지. 일이 바빠서 이번 주는 좀 곤란하겠는데…….”

자리로 돌아온 김대리는 투덜거린다. 다른 동기들과 달리 자발적으로 더 성장하겠다는데, 감히 거절을 하시다니. 대단히 아쉬워서 질문하는 줄 알고 튕기시나 싶다. 이제 더 이상 질문하고 싶지 않다.     


2.

일단 김대리 자세는 매우 훌륭하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과 어울려야 나아질 기회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나은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스펙이 좋거나 직위가 높은 사람을 말하지는 않는다. 어떤 면으로든 내가 배우고 성장할 부분이 있는 훌륭한 사람을 말한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 누구와도 3분 만에 친해지는 최사원, 날카로운 시선으로 문제의 핵심을 콕콕 짚어내는 박팀장님, 엄청난 독서량으로 차원이 다른 안목을 자랑하는 조전무님까지 모두 둘도 없는 귀인들이다. 회식자리에 이런 분들이 참석하면, 있던 약속도 미루고 무조건 출동한다. 옆자리에 찰싹 붙어 하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 모두 외울 듯 집중하며 듣는다.     


3.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따로 시간을 청해본다. 커피한잔 마시며 토킹하거나, 식사자리 만들어 대화를 나누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자리를 청하면 대부분 훌륭한 분들은 흔쾌히 OK하신다. 아무리 바보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친절하게 차근차근 답해주신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만큼 훌륭한 분이 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김대리 같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실까. 시간이 남아 돌아서? 절대 그럴 리 없다. 인생을 열심히 사는 사람은, 분단위 초단위로 시간을 아껴쓴다. 어차피 할 일도 없던 차에, 김대리와 노닥거리려고 만나시는 일은 없다.     


4.

만일 당신 눈에 대단해 보이는 그 누군가가, 여러분을 위해 시간을 내어 준다면 그 가치를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황금 같은 저녁시간 식사약속까지 허락하셨다는 말씀은, 기라성 같은 쟁쟁한 인물들과의 피같은 약속을 미루고 나에게 시간을 할애하셨다는 뜻이다. 메일이나 톡으로 가볍게 질문을 던졌는데 예상치 못한 장문의 친절한 답신을 받아도 엄청난 특혜를 입었다는 증거다.    

 

그 분 아량이 넓어 미천한 나에게까지 여력을 나눠 주셨는지, 평소 내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해 이런 행운을 나눠 주셨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아무 때나 컴퓨터 켜고 검색창에 단어 몇 개 입력한 뒤 엔터 치듯,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흔한 기회가 아니라는 사실만은 잘 알아야 한다.      


5.

세상에 훌륭한 사람은 너무도 많다. 나에게 어제보다 나아질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기회는 많다. 이름만 들으면 입이 떡 벌어지는 그런 위대한 분들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주위를 둘러보라. 괴팍한 성격 때문에 박팀장님 무시했지만, 젊은 나이에 그 자리까지 초고속승진한 사람이라면 분명 비장의 한 수를 품고 있다.     


어렵게 어렵게 한 수 배울 기회가 생겼다면, 미리 준비를 철저히 하자. 인터뷰는 진행자의 사전조사와 진행능력에 따라 시청률 격차가 엄청나다. 그렇게 한발 한발 산중턱까지 올랐다면, 이제 뒤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나보다 뒤처진 그 누군가 힘겨워하며 나에게 손을 내민다면, 나도 내가 받은 만큼 도움을 베풀어야 한다. 그제야 깨닫는다. 남을 가르치면 내 실력이 더 늘고, 은혜를 베풀면 내 미래가 더 밝아진다는 평범한 진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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