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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13. 2023

@소통잡화점 950 <잘못된 선택>

@소통잡화점 950

<잘못된 선택>     


1.

“장염이 다 나은 줄 알고 어제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이렇게 배아프고 설사를 했으니 제 선택이 틀렸네요.”

설사 멈춘 지 3일이나 지났으면, 괜찮다고 생각할 만 했다. 선택 자체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과가 안 좋다고 해서 무조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너무 억지다.     


2. 

그럼 매순간 심사숙고하여 선택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까. 분명 잘못된 선택은 존재한다. 결과론으로 쉽게 판단하는 대신, 몇 가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선택의 잘잘못은 결과보다 그 과정에 집중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번트 싸인을 냈지만 타자가 무시하고 마음대로 배트를 휘둘러 홈런을 치면, 과연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해야 할까. 대부분 팀에서는 감독지시를 어겼다고 벌금을 내거나 징계를 받는다. 차라리 번트를 대다가 실패하여 혼자 아웃되는 편이 낫다. 감독 의도에 알맞게 행동해야 좋은 선택이 된다. 지시에 따르는 선수는 다음 타석에 다른 작전을 시도할 수 있지만, 항명하는 선수는 믿을 수가 없다.     


3. 

첫 번째,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하였는가. 대부분 가장 익숙하고 확률 높은 일만 떠올리며,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식으로 어제도 무사히 지나갔으니, 오늘 역시 무사통과 하리라 기대한다. 변수가 생겨도 피해가 크지 않거나, 가역적으로 복구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식으로 대충해도 괜찮다.      


실현 가능성은 1% 미만이지만,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엄청난 타격을 입는 상황도 있다. 블랙스완이 언제 어디서 고개를 쳐들지 아무도 모른다. 예측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블랙스완이라고 이름 붙이지도 않았다. 아무리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리스크 관리는 필수다. 일 잘하는 김대리가 인정받는 이유는 성공확률 97%가 아닌, 대형사고 0% 수치 때문이다.     


4.

두 번째, 먼저 경험한 사람이나 현명한 멘토의 조언을 들었는가. 매순간 조건은 달라지기 마련이므로, 다른 사람의 이전 경험이 나에게 똑같이 반복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아무 의미 없다며 무시해서도 안 된다. 다른 사례를 참고하면 ‘아, 맞다. 저 부분도 고려해야 하는데 깜빡 놓쳤네.’ 나 자신을 점검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안목이 좋은 멘토는 빅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2 더하기 2를 4로 답을 냈으니 절대 틀릴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의심해보자. 틀리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최선은 아니다. 고수는 더하기를 곱하기로 바꾸거나 2의 제곱으로 처리하며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시각이 달라지면 선택도 달라진다.     


5.

세 번째, 감정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였는가. 충동구매는 백화점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벌써 후회가 된다. 화가 나 있거나 흥분한 상태라면,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마저 좋아 보인다. 허기지고 몸이 너무 힘들면, 빨리 아무 쪽이나 선택한 뒤 편히 쉬고 싶어진다.     


반대로 내가 원하는 욕구를 너무 무시해도 안 된다. 최대한 자아를 억제하고 객관적인 판단만 하면, 나중에 후회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100가지 설문조사를 완벽히 통과한 배우자후보를 만나 결혼하면, 한평생 아무 트러블 없이 완벽하게 살 수 있을까. 오히려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클래식음악 취향 딱 하나만 맞추고, 나머지를 전부 포기하는 편이 훨씬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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