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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Oct 19. 2023

@소통잡화점 954 <무례한 질문에는 반사공격으로~

@소통잡화점 954

<무례한 질문에는 반사공격으로 맞서자>     


1.

“김대리는 결혼했나요?” 

/“(빙긋 웃으며 ㅎㅎ)

“결혼 했냐구요?” 

/“(살짝 정색하며) 제가 결혼했는지 아닌지 왜 궁금하신가요?”     


나에게 물을 권리가 있다면, 상대에게는 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내가 궁금하다고 해서 기어이 답을 들어야겠다고 우기면 곤란하다.      


2.

살짝 선 넘는 질문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결혼여부 자녀현황 나이 출신지역 등에 대해 너무도 편안히 물으며 호구조사를 한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개인의 사생활도 공공정보처럼 취급해왔으니, 그다지 잘못이라고 느끼지도 않는다. 남에게 그런 질문을 받아도 그런가보다 했고, 나 역시 남에게 그런 질문을 예사로 던지며 지내왔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고령인 분들이 전무후무하게 예의 없는 분들이라 그런 언행을 한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 특정 나이대의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이전과 지금의 사회분위기가 변한 차이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님의 말씀처럼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달라진’ 탓이다.     


3. 

처음 시작은 그저 무리한 질문이었다. 나에게는 당연하지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질문을 던졌다. 그때 상대가 내 질문에 잠시 주저하면 재빨리 멈추고 사과해야 한다. 그만하면 상대도 쿨하게 받아들인다. 사람마다 생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정도로 넘길 수 있다.     


만일 그 싸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치 없이 2차 질문을 던지면 일이 커진다. 이제 처음의 ‘무리한 질문’은 ‘무례한 질문’이 되어 버린다. 완곡하게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추궁하는 모습은, 분명 예의가 없는 행동이다. 무례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4.

이 정도 상황에 이르면 상대가 알아서 물러서길 기대할 수 없다. 좀 더 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만큼 나와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는 상대에게, 버럭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수동적으로 묻는 말에 순순히 답하면 호구가 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낙인이 찍혀 버린다.     


좋은 해결책이 있다. 살짝 무게를 실은 질문을 제조하여 거꾸로 던지는 방법이다. 지금의 프레임 속에서 상대는 질문자이고 나는 그에 응답할 입장에 놓여있다. 내가 무슨 말로 대답해도 나에게 불리하다. 이럴 때는 과감히 프레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나에게 무례한 질문을 하는 그에게, 똑같이 난감한 질문을 되돌려주면서 나의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전법이다.     


5. 

이 정도 거꾸로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어버버하며 질문을 거둔다. 본인 의도대로 대화가 흘러가지 않았으니 마음은 몹시 불편하겠지만, 그렇다고 제 3자에게 함부로 내 비난을 하기도 어렵다. 내 입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내가 결혼했냐고 물었더니, 왜 궁금하냐고 되묻는 거야. 버릇없이.” 백 명에게 말하고 다니더라도 듣는 이 모두 내 편이 된다.     


내 마음이 불편하고 화가 날 때 제일 조심할 지점이 여기다. 어떤 말이든 꺼내는 순간, 상대가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재편집하면 졸지에 내가 가해자로 둔갑한다. 빌미가 될 만한 단어나 문장 자체를 아예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가 자가당착에 빠지도록 질문을 교묘하게 반사하는 방식이 제일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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