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오늘 하루, 내일은 소통한방014
"선배님, 저 이제 독립을 좀 하려구요."
후배한의사 K가 의논을 하러 왔네요. 네크워크 시스템에 속해 월급을 받으며 근무를 하다가 이제 자기만의 한의원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음, 자네 말을 듣고보니 독립을 하겠다면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자립을 하겠다면 그것은 아직 준비가 덜된것 같은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대한독립만세!"
우리는 모두 '독립'이라는 단어에 익숙합니다. 아마도 어릴때부터 자주 들어온 '대한독립만세' 영향이 아닐까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나와야 하고, 회사에 오래 몸담고 있었다면 '독립'해서 나의 사업을 하고 싶어합니다.
저는 '자립'이라는 말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립(自立)은 나 혼자 힘으로 스스로 일어선다는 의미이므로, 자기 의지에 따라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반면 독립(獨立)은 물리적으로 혼자 떨어져 나온다는 의미가 위주입니다. 즉 남의 도움없이 혼자 일어선 것은 좋았으나 과연 '제대로' 섰는지에 대한 생각은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잔소리에 집을 나와 혼자 살기로 결심한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생계유지 능력이 없어 생활비를 일일이 타서 써야 하고, 매주 밑반찬 얻어와 겨우 일주일 연명하며, 주말마다 빨래 뭉치 집으로 가져가 다림질까지 어머니손에 의존한다면 도대체 집을 왜 나온 것일까요?
남의 지시나 명령을 듣지않고 자기판단으로 삶을 살아가겠다면, <책임>까지 질 수 있어야 합니다. 힘들고 귀찮고 어려운 일은 모두 남에게 손벌리고 의존하면서, 나 유리한 쪽으로만 분리하겠다는 마음은 '이기적인 고집'일 뿐입니다.
후배 K에게 몇가지 물었습니다.
"지금 자네가 따르는 대표원장님 잔소리가 지겨워서 벗어나고 싶다고? 그럼 자네 혼자 힘으로 잘 운영하고 꾸려나갈만큼 실력은 갖추어졌다고 생각해? 소아환자들 비염 성장 등등 확실하게 진료할 수 있어? "
/"대충...은요. 뭐 중간중간 어려운 환자 만나면 선배님이 도와주시겠죠... ㅎㅎ"
"지금 생각하는 그 상가 임대료나 인테리어, 초기비용등은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데? 곧 결혼도 한다며?"
/"제가 부원장하면서 돈 모을 틈이 있었나요, 다 대출받아야죠. 결혼자금까지 생각하고 마이너스통장까지 해서 최대한 땡겨보려구요."
"한의원 운영하는 기본 방침이나 직원들 관리방법, 세무, 행정 등은 잘 익혀두었겠지?"
/"... 그런것도 제가 알아야 하나요? 실장 1명 잘 뽑으면 다 알아서 해주는 것 아닌가요? 정 안되면 동료친구들한테 그때그때 물어보면 "
"집에서나 근무처에서나, 이런저런 잔소리 안듣고 완전히 벗어나서 '독립'해 보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네. 그런데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인 준비상태로나, 마음준비 상황으로나 준비가 너무 부족한 것 같은데.
혼자 해보는 것은 좋지만 자기힘으로 책임질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너무 높아. 게다가 그 많은 대출까지 떠 안고 위태로워진다면, 결혼생활에도 분명 영향이 있기 마련이고.
자립할 준비를 좀 더 하면 좋을것 같애. 진료실에서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실력도 좀 더 갖추고, 월급을 아끼고 아껴서 개원에 필요한 자금도 좀 더 모으고, 이런저런 행정이나 알아야 할 내용들도 좀 더 공부하고... 그래야 자기 힘으로 당당히 설 수 있지 않을까 싶네.
너무 조급해하거나 욱하지 말고, 준비가 안되었다면 겸허하게 인정하고 내실을 키워서 막내돼지의 제대로 된 <벽돌집>을 지어야 해. 첫째나 둘째돼지처럼 대충 지었다가 한방에 훅가는 사태를 원하는 것은 아니겠지?"
감사합니다.
권영구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