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오늘 하루, 내일은 소통한방015
저녁 식탁위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오늘 저녁반찬으로 나온 것은?"
이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도 3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1단계. 보고싶은 것만 보는 사람
"돼지고기하고 된장이 나왔네요."
철수의 대답입니다.
질문 자체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는데도, 반찬 중에서 본인 눈에 딱 띄는 몇가지만을 언급합니다. 김이나 삶은 계란, 상치 같은 반찬은 <특별반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 그냥 통과합니다. 이런 경우를 "보고싶은 것만 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본인의 취향이나 그때의 분위기, 심리적 상태에 따라 들어오는 정보를 1차로 걸러냅니다. 물론 본인이 탈락시킨 정보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합리화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김이나 김치는 매일 먹는 반찬인데, 그런 것은 그냥 기본아니예요?"
2단계.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
"돼지고기, 된장, 김, 김치, 상치, 삶은계란이네요."
영희의 대답입니다.
질문에 아주 충실하여 "저녁반찬"으로 나온 메뉴를 하나도 빠짐없이 성실하게 잘 대답하는 군요. 이런 경우를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정보에 충실하면서, 차별없이 모든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 싫어하는 반찬, 오늘 처음 본 반찬 아무 구별을 하지 않고 열린마음으로 바라봅니다. 선입견없이 보이는 대로 모두 접수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3단계. 보이지 않는 것까지 찾아서 보는 사람
"돼지고기가 나왔는데... 고추장 양념이 되어있네요. 된장은 너무 묽은 것이 된장국에 가깝구요, 김은 그냥 구운 김인데 찍어먹으라고 어머니가 간장도 같이 내어 주셨네요. 김치는 깍두기가 나왔고, 상치는 오늘 아침에 먹다 남은 것인지 좀 시들었네요. 삶은 계란은 소금에 찍어먹게 나왔어요."
지훈이 대답입니다.
언뜻봐도 대답이 질적으로 다릅니다. '저녁반찬의 종류와 상태를 요약정리하여 프리젠테이션하시오'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꼼꼼한 것은 평소 습관인 듯 합니다. 이런 경우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찾아서 보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반찬 속을 저어보기도 하고 일일이 만져보기까지 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정보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대하는 이런 방식의 차이는 성과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학교나 회사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는 학생의 예를 들어보면,
1단계 철수
"수업시간에 빨간줄 친 부분만 공부했는데, 저 아래 설명한 부분이 시험에 나올 줄이야..."
2단계 영희
"그러니까 교과서에 나온 부분은 다 열심히 읽고 공부했어야지.
그런데 23번 단어뜻 비교하는 문제는 좀 어렵던데?"
3단계 지훈
"아, 그 문제. 교과서에는 단어뜻 설명이 잘 안나와서 국어사전을 찾아봤는데 도움이 되었어."
1단계는 조금만 열심히 노력하면 금방 2단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만 관건은 3단계입니다. 1, 2단계와 3단계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노력여부입니다. 1, 2단계는 눈만 크게 뜨고 있으면 되지만, 3단계는 의문을 가진 후 몸을 써서 동작을 새로 해야만 하니, 완전히 다른 차원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질문을 너무 안해요." 한때 오바마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하여 유행했던 이슈입니다. 질문은 바로 3단계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보이고 들리는 것 외에 더 알고싶은 호기심과 욕구가 있어야만, 책을 찾아보든 사람에게 물어보든 해결책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니까요.
3단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호기심을 질문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되려면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 누가 맞다고 했으니 맞겠지, 누가 최선이라고 했으니 최선이겠지...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고 안주하기 보다 정말 그러한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찾아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단, 꼬투리잡아 비난하는 투덜이스머프는 안되고, 현명하게 합리적인 의심을 하는 파파스머프가 되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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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신 환자분은 환절기보약을 쓰러 오셨습니다. 이것저것 묻는 저에게 불만가득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진료가 끝났을때 그 분은...
1) 지금껏 종합감기약을 1달넘게 쓰신 것은 비염인 줄 모르고 하신 실수이고,
2) 얼마전부터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은 허리가 아파 3개월째 드시는 진통소염제가 일단 유력하며,
3) 아침에 피곤하고 힘드신 것은 만성비염으로 수면의 질이 떨어지신 탓이니 제가 고쳐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호르몬닥터 권영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