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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Dec 19. 2023

@소통잡화점 997 <해로운 인간바이러스는 어떻게~

@소통잡화점 997

<해로운 인간바이러스는 어떻게 퇴치할까>     


1.

“아니, 김대리. 왜 그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는 거죠?”

/“말해봐야 소용도 없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 마음 편해서...”

어디를 가나 해충 같은 인간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인간관계 교통정리는 우리 몸속 면역기능과 닮은 구석이 많다.      


2.

면역력은 나에게 해로운 병균이 들어왔을 때, 우리 몸이 방어하는 시스템이다.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크게 3가지 문제 상황이 벌어진다. 첫 번째, 자기 자신과 적을 잘 구별하지 못해 아군을 공격하는 경우. 자가면역 질환이라고 부른다. 밖에서 누가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몸속에서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싸운다.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병이 대표적이다.     


세상에는 아무 조건 없이 남을 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기버(giver)라고 부르는데, 속칭 오지라퍼로 통한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며 주위 사람을 도우려고 애쓴다. 그 선의를 전달하는 방법이 적절치 않거나 받아들이는 쪽에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오히려 적으로 간주한다. 나를 도우러 산넘고 물건너 한걸음에 달려온 지원병력마저 단칼에 거부해 버린다. 내 손해다.     


3.

두 번째, 적군이 나타났지만 적절하게 잘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맞서 싸울 힘이 없다. 아무도 저항하지 않으니 병균은 몸속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닌다. 몸 전체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터지니 수습이 어렵다. 면역결핍과 관계되는 병들이 여기 해당한다.      


나를 이용하려는 테이커(taker)들이 독수리처럼 나를 습격한다. 나의 이익을 침범하고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당당히 맞서 싸우고 내 권리를 지켜야 하지만, 무기력하게 한발 물러선다. 17 대 1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데도, 조금은 귀찮고 조금은 주눅이 들어서 자발적인 패배의 길을 선택하고 만다. 나의 허술한 방어력이 노출되면, 사방팔방에서 나를 괴롭히며 빈집털이에 나선다.     


4.

세 번째, 해로운 적이 아닌데도 과하게 대응하는 경우. 바이러스나 미생물이 들어오면 우리 몸에 해가 되니 서둘러 막아야 한다. 반면 먼지나 동물의 털은 적이라고 볼 수 없는데도, 어떤 사람은 미사일을 퍼부으며 강력하게 대응한다. 알레르기 비염 같은 병이 여기 속한다.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 있다. 누가 지나가며 한마디만 툭 던져도, 3일 밤낮을 고민하며 그 저의를 파헤친다. 고민 끝에 찾아가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한 말이냐고 묻지만 상대방은,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또는 부딪치는 사람마다 날카롭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사람도 있다. 필요이상으로 상대를 피곤하게 하니 다들 멀리하고 회피한다.      


5. 

인간관계에서 나 이외의 다른 모든 사람은 타인이다. 면역기능이 작동하는 원리처럼 타인의 캐릭터에 따라 알맞게 대처해야 관계가 건강하게 굴러간다. 가장 기본은 자기와 비자기의 구별이다. 나는 나고 남은 남이다. 가까운 사이의 가족이나 친구를 나로 착각하는 실수가 흔하다. 남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화를 내고 심술을 부린다. 아무리 가깝게 지내는 가족이나 동료라도 그들은 내가 아닌 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 다음으로 상대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다.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인지, 도움을 주려는 사람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제 아무리 선한 마음이라도 흡혈귀인지도 모른 채 왼팔 오른팔 계속 내밀기만 하면, 영화표나 빵 한 조각 구경도 못하고 말라 죽는다. 세상이 험하고 처세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결국 모든 문제는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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