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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an 03. 2024

@1003 <데이터에서 올바른 지혜까지 길을 잃지~

@1003

<데이터에서 올바른 지혜까지 길을 잃지 않으려면?>     


1.

“지난주보다 5Kg이나 살이 쪘어요. 며칠 굶었더니 다시 3Kg이 빠졌구요. 이제 스테이크는 안 먹고 

닭가슴살만 먹으려구요.”

진료실에서 환자의 말을 들을 때, 절대 곧이 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 구체적인 데이터 수치는 어떠한지, 혼자 판단하신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데이터를 깊이 있게 따져보는 과정으로 DIKW모델이 유명하다.     


2.

DIKW는 데이터(Data), 정보(Information), 지식(Knowledge), 지혜(Wisdom)를 말한다. 단순 데이터에서 정보를 얻은 뒤, 지식을 거쳐 지혜의 단계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지난주 체중이 50Kg, 이번 주 월요일 체중이 55Kg, 목요일 체중이 52Kg라는 수치가 구체적인 ‘데이터’에 해당한다. 객관적인 수치 그 자체다.    

 

이제 그 데이터에서 우리가 원하는 의미를 찾는다. 1주 사이에 5Kg이 늘었고, 3일 만에 다시 3Kg이 줄었다. 지금 현재 체중은 지난주에 비해 2Kg이 늘어난 상태다. 1차 분석을 마치면 데이터가 ‘정보’로 바뀐다.     

 

3.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분석한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 가에 따라, 배가 바다로 갈지 산으로 갈지 결정된다. 지난 주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스테이크를 썰었고 운동을 빼먹었으며, 이번 주에는 닭가슴살을 3번이나 먹고 개인PT를 열심히 했다. 여기서 일대일 대응으로 잘못 해석하면 전혀 엉뚱한 결론이 나온다.      


스테이크와 운동부족 때문에 체중이 늘었고, 닭가슴살을 먹으며 운동량을 늘리니 일정부분 회복했다고 판단한다. 남은 2Kg이 잘 안 빠지니 의료진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다. 보통 이런 생각으로 진료실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태반이다.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지 짧은 순간 시나리오를 잘 짜야 한다. 상대가 이미 나름의 결론을 내린 상태이니,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4.

“사람 몸은 하루 이틀 과식한다고 갑자기 체지방이 쌓이지는 않아요. 체중계수치가 올라갔으니 무조건 지방이겠지 하시면 안됩니다. 단 며칠 만에 금방 체중이 늘었다면 부종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후 3일 만에 빨리 줄어든 변화도 그 근거가 됩니다.”     


‘정보’에서 ‘지식’으로 도약하는 단계에서 가장 오류가 많이 생긴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차이도 주로 여기서 벌어진다.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판단이, 실은 비상식적인 경우가 많다. 데이터와 정보를 해석하는 다양한 안목을 갖추지 못하면, 전문가조차 엉뚱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체지방은 덜먹고 운동으로 태우면 되지만, 부종은 원인을 찾아 혈액순환이 좋아지도록 치료를 해야 한다.     


5. 

정보에서 잘못된 지식으로 한발 내딛으면, 더 엉뚱한 지혜까지 얻는다. ‘아, 나는 스테이크를 먹으면 빨리 살이 찌는 체질이구나. 앞으로 절대 안 먹어야 겠어.’, ‘혼자 운동할 때는 안 빠지더니, 닭가슴살 먹으면서 개인 PT를 받으니 빨리 빠지는 구나.’ 

아무 상관없는 결론을 내리고는, 대단한 지혜를 얻었다며 혼자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실제 업무에서 DIKW모델을 적용할 때도 흔히 생기는 오류다. 빅데이터를 점점 정제된 자료로 진화시키는데만 급급하다 보면, 어느 한순간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을 때 다시 되돌아오기가 무척 어렵다. 원숭이 엉덩이는 당연히 빨갛다고 생각해야 비행기까지 주욱 이어지는데, 누군가 ‘노랗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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