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Feb 26. 2024

@1041 <가까운 사람이 나보다 잘되지 않기를~

@1041

<가까운 사람이 나보다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리>   

  

1.

“이대리, 내가 작업 중인 프로젝트 기획안 말이야. 단가 결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히는데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어?”

김대리가 옆부서 이대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학연 지연보다 강하다는 ‘같이 흡연’ 관계인 데다가, 평소 그의 스마트한 능력도 잘 알고 있다. 조언을 구하기에 최고의 상대라고 생각한다.     


2.

“아, 그랬구나. 나도 그 부분은 잘... 몰라서...”

의외다. 이대리가 이전에 비슷한 업무를 처리한 적이 있는 줄 뻔히 알고 있다. 왜 아는 내용인데도 모르는 척할까. 갑자기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김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대리에게 잘못을 저질렀나 싶어 스스로를 곰곰이 돌아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렇게 서먹하게 지내던 어느 날 김대리가 독감에 걸렸다. 열이 펄펄 끓어 너무 힘들어하고 있으니, 어디서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바로 해열제를 사들고 달려왔다. 집에 가서 몸조리 잘 하라고 죽까지 사서 건네준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머리가 지끈 거린다.     


3. 

사람은 누구나 가까운 사람과 비교하는 심리가 있다. 대기업 회장님이나 만수르는 그저 이름 모를 남이라 아무 감흥이 없지만 나와 직접 연결된 관계는 느낌이 다르다. 왠지 그의 성공은 시기하게 된다.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길 바라지만 딱 내 어깨높이 까지만 좋아지면 좋겠다. 나보다 잘되면 내가 뒤쳐지는 느낌이 들어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다.     


이대리 마음은 이렇다. 진급심사를 앞두고 김대리가 자꾸 신경쓰인다. 부서가 다르니 김대리가 승진하든 말든 본인과는 아무 상관없지만 괜시리 부담스럽다. 친한 동료에게 이런 마음이 들다니 그렇게 내 속이 좁았던가 자책하던 차에 김대리 몸이 안좋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건강은 시기할 종목이 아니다. 아낌없이 걱정하며 원래 친분을 보여준다.     


4.

누군가에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 주선자는 항상 본인보다 살짝 전투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데려온다. 외모든 학벌이든 성격이든 그 어느 한구석이라도 주선자가 우위에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심지어 소개팅 상대가 그 결점을 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면 은근슬쩍 확인시키며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상대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나를 추월하여 치고 나가도 된다는 마음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 나보다 더 행복해지지는 말았으면 하는 애매모호한 시기심이 겹친다. 남의 불행에 함께 눈물 흘리기는 쉬워도 남의 행복에 진심어린 박수쳐 주기는 그렇게도 어렵다.     


5. 

“그 시험을 준비하려고? 에이, 그냥 다니던 직장이나 열심히 다녀. 얼마나 힘든 시험인데...”

가까운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때 유독 내 의지를 꺾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잘 해보라며 격려하는 말 대신 걱정을 빙자한 부정적인 멘트만 돌아온다. 내가 믿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더 소심해지기 쉽고 정말 그만두기까지 한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그 어떤 일이라도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나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세상천지에 딱 두 명뿐이다. 그 한 명은 어머니이고 또 한 명은 아버지다. 부모가 멘토 역할을 해주는 사람은 분야를 막론하고 다들 크게 성장한다.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손흥민도 아버지에게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1040 <중재자가 필요할 때와 중재하면 안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