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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r 20. 2024

@1058 <아는 사람 말이라고 함부로 다 믿으면~

@1058

<아는 사람 말이라고 함부로 다 믿으면 곤란하다>     


1.

“아무개 열애 기사 보셨어요? 그 둘이 사귄다던데요.”

오, 그 뉴스가 사실이었나 보다. 스포츠신문 기사에 낚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지냈다. 저 사람은 연예 기획사에 근무하는 사람이니 아마 은밀한 정보까지 다 알고서 저렇게 말하는 듯하다.

     

2.

“아니에요. 저라고 연예인 신상정보 하나하나까지 정확히 알 수 있나요. 그냥 포털기사 보고 별 뜻 없이 꺼낸 말이었어요.”

믿을 수 없다. 아마 뒤늦게 아차차 말실수했다 싶어서 이제라도 수습하고 싶은 마음이겠지. 이런 따끈따끈한 뉴스를 누구에게 또 전할까 입이 근질거린다.     


나중에 문제가 커지면 그 사람은 억울해할 수도 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한 말도 아니었는데, 다들 그 사람이 꺼낸 말이라며 여기저기 떠들고 다닌다. 업계 전문가의 말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었으니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이렇게 파급이 클 줄은 몰랐다.     


3.

겉으로 드러난 구체적인 말이나 글 외에 그 사람의 배경도 소통에 관여한다.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가중치 점수가 몇 배로 올라간다. 아무나 한 말과 그런 사람이 한 말의 신뢰도는 절대 같을 수가 없다.     


나는 의료인이지만 몸에 대한 모든 지식을 다 알지는 못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 한들 수많은 분야, 엄청난 정보량을 모두 습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누군가에게 건강에 대한 질문을 받아도 나 역시 잘 모르는 내용일 때가 있다. 별 수 없이 상식수준 대답을 하게 될 때는 꼭 단서를 붙여 오해를 막는다.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상식적으로 이렇지 않을까 생각은 들어요.”     


4.

반면 처음부터 그 사람 영역에 대한 전문가적 견해를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검색보다 백번 낫겠다 싶어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자문을 구한다. 전문가와 직접 연결되기 어려우니 지인 찬스를 쓸 수만 있다면 보통 너무 다행이라 여기고 긴장을 풀어 버린다. 주로 이럴 때 대형사고가 많이 터진다.     


같은 반에서 똑같은 선생님에게 배워도 1등부터 25등까지 나뉜다. 어느 업계든 마찬가지다. 내가 알고 지내는 그 사람이 그 업계 1등인지 25등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썩은 동아줄인 줄 모르고 철석같이 믿었다가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를 많이 본다.     


5.

전문 영역에 관한 말 한마디는 어떤 식으로든 파급력이 크다. 말하는 입장이라면 일반인 상대에 비해 이미 월등히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겠지만 정보의 비대칭성만 믿고서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잘 모르면 본인보다 더 정확한 답을 줄 수 있는 다른 전문가를 소개하는 편이 낫다. 체면을 위해 또는 돈 몇푼 이익을 위해 섣불리 개입했다가는 뼈도 못 추린다.     


듣는 입장이라면 일단 상대방의 전투력부터 잘 파악해 보자. 다음으로 지금 상대가 하는 그 말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는지 정말 그 대답의 완성도가 높은지 한번 더 따져보면 좋겠다. 전문적인 내용이라고 괜히 주눅들거나 쭈뼛거릴 필요는 없다. 잘 이해가 안가면 다시 질문하자. 내 궁금증을 확실히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상대방 스스로도 명쾌하게 확신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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