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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르몬닥터 권영구 May 24. 2024

@1105 <착하다는 칭찬도 당신이 쓰러지고 나면~

@1105

<착하다는 칭찬도 당신이 쓰러지고 나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     


1.

“그런 말을 어떻게 해, 나는 차마 못 하겠어.”

동창 모임 할 때마다 항상 K에게 면박을 당하는 A. 보다 못해 다른 친구가 나섰다. K에게도 한소리 했지만 A의 태도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싫으면 싫다 힘들면 힘들다 말하라고 해도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단다. 

    

2.

주위에 이런 사람 한두 명쯤 어디나 있다. 알프스 청정수처럼 맑고 순수한 사람이다. 남한테 싫은 소리도 못하고 부탁의 말은 어림도 없다. 항상 밝은 면만 보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누군가 곤경에 처하면 서슴지 않고 나선다. 천사표 그 자체다.     


백설공주의 곁에는 항상 사악한 악마 K가 존재한다. A씨의 그 착한 심성을 악용한다. 외모 비하 발언은 기본이다. 여러 사람 앞에서 대놓고 면박을 주며 당황해하는 그 모습을 즐긴다. K도 가끔은 내가 좀 심했나 반성하지만 A가 찍소리 안 하고 가만있으니 이내 죄책감을 훌훌 털어낸다.     


3.

A 역시 사람이다. 어느 순간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온다. K의 저런 태도를 더 이상 못 견디겠다. 교통정리를 하려고 결심하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아무 소리 못하고 가만있어 왔는데 이제 와서 한마디 하자니 내키지가 않는다. 그냥 조금만 더 참아보기로 한다.     


그러다 병이 온다.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고 혈압이 치솟는다. 가슴이 답답하고 신물도 오른다. 덜컥 겁이나 병원에 가니 부정맥 고혈압 역류성식도염 갑상선항진증 온갖 병명이 마구 쏟아진다. 홧병이다. 이런 병들이 언제나 홧병 때문은 아니지만 어떤 분은 정말 그렇다.      


4.

“저는 신앙의 힘으로 다 이겨내며 살고 있어요.”

얼마 전 완도에서 올라오신 한 환자분이 계신다. 지독한 시집살이로 고생하는 분이었다. 기도하며 잘 견딘다고 말씀하시지만 안타깝게도 몸의 소리는 그렇지 못하다. 오죽하면 남편이 등 떠밀어 가며 이 먼 길을 같이 올라오셨겠는가.     


“병원 약 다 챙겨먹어도 잘 안 나아서 왔어요.”

홧병이 그리 특별한 병명은 아니다. 스트레스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는 순간 몸 전체를 조절하는 호르몬과 자율신경이 한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여기저기 동시다발적으로 물이 새기 시작한다. 큰 그림을 파악하여 대처하지 못하면 해결이 쉽지 않다.     


5.

착하게 사는 사람은 본인 스스로 자신이 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알면 좋겠다. 착한 사람 타이틀을 방어하기 위해 감당못할 현실에 침묵하기만 하면 몸에서 곡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나를 지켜야 할 때는 기꺼이 방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쓰러진 뒤 칭찬 소리 들어봐야 무엇하는가.     


*3줄 요약

○착한 사람 옆에는 언제나 악마가 도사리고 있다.

○싫은 소리 하기 어려워 혼자 참다가 홧병 걸리고 만다.

○나 자신을 지킬 수 없다면 착한 사람 소리도 다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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