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르몬닥터 권영구 Jun 14. 2024

@1120 <잘못인 줄 뻔히 알아도 순순히 물러나려면~

@1120

<잘못인 줄 뻔히 알아도 순순히 물러나려면 적당한 명분이 필요하다>     


1.

“미국이 우리를 제소했죠?”

“아, 그게...”

“걱정하지 마세요. 제소를 취하하지 말고 그대로 밀고 나가세요.”

이게 무슨 상황일까. 미국이 중국의 잘못을 지적하고 나섰는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좋다고 한다.      


2.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한 장면이다. 미국이 중국을 WTO에 환율조작국으로 제소했다. 중국 측은 발끈하는 대신 쌍수 들고 환영한다. 오히려 다른 협상 건을 다루면서 제소를 취하하지 않는 조건까지 덧붙인다. 미국 담당자는 어떻게 해명할까 고민하다 의외의 제안을 듣고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막은 이렇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자유로운 변동환율제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대외적인 기조 때문에 말을 바꾸기가 부담스러웠다. 이 와중에 미국이 압박을 가해주니 너무도 고맙다. 미국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변명하면 되겠다고 여긴다.     


3.

부부 싸움 끝에 와이프가 친정에 가버린다. 분명 와이프의 잘못이 발단이었지만 기싸움 벌이느라 끝까지 맞서다 마침내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하루 이틀 지나며 현타가 오기 시작한다. 친정엄마 보기도 부끄럽고 남편한테도 미안스럽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일단 칼을 뽑았으니 두부라도 썰어야지.     


“어머님, 잘 지내셨죠?”

남편이 과일바구니 사들고 찾아왔다. 오랜만에 장모님 식사 대접하러 왔다며 너스레까지 떤다. 와이프는 겉으로 쌀쌀맞은 티를 내지만 어느새 주섬주섬 짐을 싸고 있다. “내가 당신 정성을 봐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는 줄 알아.”, “암요, 암요. 어서 차에 타시지요 마님.”     


4.

개인 기업 정부 모두에게 체면은 중요하다. 보이는 모습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지만 때로는 자존심이 목숨보다 중요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 법이다. 양쪽 패가 전부 드러나고 승패도 명확해졌지만 명분이 없으면 타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누구든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기는 죽어도 싫으니 말이다.     


이때 승자 쪽에서 분위기를 맞춰주면 좋다.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면 안전한 퇴로가 열린다. 어떤 협상이든 점점 극단적인 충돌로 치닫는다면 오히려 안심해도 좋다. 조만간 대표끼리 악수를 나누며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는 기사가 나온다.      


5.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 판단이 틀렸어요. 죄송합니다.”

상대의 보이지 않는 배려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치고 나가면 어떨까. 잘못을 인정하면 남들이 비웃을까 두려워하지만 오히려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장 캐릭터까지 덤으로 얻는다.      


*3줄 요약

○잘못인 줄 뻔히 알아도 체면 때문에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승자가 명분을 만들어주면 부드럽게 물러날 기회가 된다.

○당당히 잘못을 인정하고 승복하면 오히려 존경까지 받을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1119 <오해를 부르는 대화습관, 공감능력 부족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