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잡화점 656
1.
지하철에서 앞사람이 내 발을 밟으면 어떤 기분일까. 10Cm 뾰족한 킬힐의 끝으로 찍히거나, 마동석같은 건장한 사람의 육중한 발에 밟히면? 아마도 대부분 사람은 아픈 내발보다 밟은 사람 표정부터 볼 것이다.
"어머, 괜찮으세요? 앞사람한테 밀려서 저도 모르게 그만... 너무 죄송해요."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어쩔줄 몰라 한다면, '음, 역시 실수였군.'하며 어떻게든 발 상태를 수습한다.
만일 상대방이 힐끗 쳐다본 뒤 모른 체하며 스마트폰에만 계속 집중한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이제 문제는 밟힌 발이 아니다. 예의없는 상대에게 참교육을 실현해야 할 때다.
2.
살면서 우리의 마음을 뒤흔드는 사건이 종종 벌어진다. 우리는 보통 그때 그 일이 생기는 바람에, 내 삶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큰 일이었다고 해도 결국은 제멋대로 일어난 무수한 사건중 하나일 뿐이었다. 나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그 사건에 대한 나의 태도였다.
발을 세게 밟힐수록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미안해하지 않는 상대의 태도에서 더 화가 난다. 발등에서 피가 주르르 흐를 지경이라도, 상대방이 코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며 미안해하면 차마 화를 내기 어렵다.
3.
어떤 일이 생겨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일어난 사건 그대로 객관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미 성인의 경지다. 대부분 보통사람은 1차적으로 느끼는 고통과 감정의 파도를 느끼고야 만다. 사실에 대한 해석이 실제보다 과도할 때가 많다.
기안서류의 100,000원을 10,000원으로 0하나 빼먹은 실수를 한 것 뿐인데, 매사에 일을 대충대충하고 회사를 멋으로 다니는 사람이라며 맹렬히 비난을 퍼부으면 안된다.
4.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잘못한 행동 그 사실만 지적하고 인격적인 비난은 하지도 않았지만, 듣는 사람이 모욕적으로 듣는 경우다.
주로 그 사람의 마음속 트라우마와 낮은 자존감의 문제로 해석을 하게 된다. 팩트를 팩트로 듣지 못하고 공격행위로 받아들인다. 말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듣는 본인의 문제이지만, 본인이 문제를 깨닫지 못하면 상대가 말을 너무 심하게 한다며 원망을 한다. 왜 내 주위에는 항상 이상한 사람들밖에 없는지 신세한탄까지 한다.
5.
나는 늘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왔다. 감정을 절제하고 사실관계 위주로 쿨하게 대화한다고 생각했다. 직원분이 실수를 해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소리 지르는 대신, 어느 부분에서 착오가 생겼을지 고민한 뒤 30분간 교육을 하려는 쪽이다.
스스로 잘한다고 여기다 보니 인간관계 트러블이 생기면, 무조건 상대방 잘못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오랜세월 잊고 있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나 자신도 실수투성이 보통의 인간이라는 사실 말이다.
따지고 보면 나도 남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번번이 과장하여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이 소중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신 분은 바로 페친 신수정님이다.